글로벌 자율주행 업계에는 해묵은 논쟁거리가 하나 있다. 차량이 주변 사물을 인식함에서 어떤 기술과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는 논쟁이다. 그리고 이 논쟁의 한 가운데 '라이다'(Lidar) 센서가 있다.
라이다는 라이트(Light)와 레이더(Radar)의 합성어로 레이저를 주변에 비춰 사물의 거리와 방향, 속도 등 특성을 감지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감시 카메라 센서, 배달용 로봇, 드론, 스크린도어, 도로교통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으며 특히 자율주행차를 이루는 핵심 기술이다.
일론 머스크 "자율주행, 라이다 필요 없어"
테슬라의 자율주행기술은 라이다를 써서 주변의 차량과 사물을 정밀하게 측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라이다로부터 받은 데이터로 HD맵을 만들지도 않는다. 라이다 센서가 지나치게 비싸고 거추장스러우며 HD맵 역시 실시간 도로 환경 변화에 즉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효용이 낮은 기술이라는 것이 테슬라의 생각이다.
라이다와 HD맵의 빈자리는 테슬라 전기차에 장착된 8개의 내장 카메라와 초음파 센서, 레이더가 대신한다. 전 세계 흩어진 120만 대의 테슬라 전기차로부터 받은 도로 환경 영상 데이터를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분석한다. 데이터 분석 및 처리는 테슬라 전기차에 내장된 뉴럴넷 칩(NPU)이 맡는다.
테슬라는 이러한 방법을 이용해 라이다가 없이도 더 정확하고 신속 대응이 가능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추구하고 있다. 실제로 테슬라가 전 세계 도로 현장에서 수집한 자율주행 데이터는 35억km 분량에 달한다. 센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데이터와 이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테슬라의 주장이다.
애플이 촉발한 라이다 논쟁...결국 패러다임 변화
지난해 상반기까지 라이다 논쟁은 테슬라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대다수 자율주행차 개발 기업들이 라이다를 채택하고 있는 반면, 테슬라만 라이다 무용론을 펼쳤다. 테슬라가 워낙 독보적인 운행 데이터와 자율주행서비스 상용화에 먼저 나선만큼 라이다 무용론에 힘이 실리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라이다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애플이 라이다를 장착한 애플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덩달아 라이다 센서 제조사 주가가 폭등했다.
대표업체인 벨로다인과 루미나 두 곳의 주가가 30% 이상 급등했다. 두 회사 모두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통해 상장한 기업으로, 높은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수익 모델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루머성 소식에 가까운 애플의 전기차 진출설에 부품제조사 주가가 폭등하는 것은 단순히 애플카가 라이다를 탑재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다는 것은 전혀 다른 시장 환경의 변화와 발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독일과 미국, 일본, 한국 중심의 기존 자동차 산업이 IT 중심의 기술 산업으로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애플을 필두로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자동차 시장에 뛰어든다면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은 완전히 뒤바뀔 수밖에 없다.
라이다는 센서 그 자체가 아닌 시장의 변화를 상징하는 키워드로도 의미가 깊다.
테슬라뿐만 아니라 독일의 다임러도 라이다를 사용하지 않고 카메라와 밀리미터파 레이더만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이 라이다 없이 카메라와 레이더의 센서 퓨전 기술만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 올해 서울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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