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분명한 ‘1조 투자 유치’도, 모녀와 갈등 봉합도 ‘안갯속’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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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윤(왼쪽) 전 한미약품 사장이자 현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지난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이자 현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사진=뉴시스 |
[CWN 손현석 기자] 한미그룹 오너가 경영권 분쟁에서 고(故) 임성기 선대 회장의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의 승리로 귀결됐지만 이른바 ‘상처뿐인 영광’으로 인한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한미-OCI그룹 통합’이 무산되면서 상속세 부담으로 인한 오버행 이슈가 과제로 부각되는 것은 물론 임종윤·종훈 형제가 자신했던 ‘1조 투자’ 유치 및 미래비전의 실체 검증이 본격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OCI그룹과의 통합을 주도했던 ‘오너가 모녀’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측과의 표 대결에서 승리하며 이사회에 입성했다.
당초 모녀 측이 근소한 차이로 우세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으나, 정기주총 당일 날 소액주주의 표심이 형제 쪽으로 기울면서 전세가 막판에 역전됐다.
이로써 임종윤·종훈 형제는 이사 수 5명으로 우위를 점하며 경영권을 확보했고 그룹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각오까지 다졌다. 하지만 이들 형제가 ‘승전가’에 도취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해결할 과제들이 산더미 같기 때문이다.
우선 상속세 문제가 급선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그룹 오너 일가는 다음달까지 임 선대 회장의 지분 상속에 따른 추가 상속세 납부를 진행해야 한다.
지난 2020년 별세한 임 선대 회장의 지분 2300만여주(약 34.2%)를 부인 송영숙(한미약품그룹 회장)을 비롯해 장남 임종윤(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장녀 임주현(한미사이언스 부회장)·차남 임종훈(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이 골고루 나눠 증여받았다.
이로 인해 발생한 상속세는 약 5400억원 선으로 알려졌다. 송 회장과 자녀들은 지난 3년간 이를 납부해왔으나, 향후 2년 동안에 걸쳐 2000억원 이상을 더 내야할 판이다. 문제는 송 회장이 OCI그룹과의 통합을 통해 상속세는 물론 신약개발비 등을 해결하려 했지만 두 아들인 임종윤·종훈 형제의 ‘반란’으로 저지당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상속세 잔여분을 해결 못할 시 송 회장 일가 소유의 한미사이언스 주식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오버행’ 발생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오버행은 주식 시장에서 언제든 매물로 나올 수 있는 잠재적인 과잉 물량 주식을 말한다.
이에 대해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뚜렷한 해결책을 밝힌 바 없다. 이들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도 “(상속세 문제는) 잘 알아서 해결 중”이라면서 1조원 투자금 유치 공약을 더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를 통해 바이오 의약품 경쟁력을 고취시키며 장기적으로 시가총액 ‘200조원 티어 기업’을 달성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결과적으로 정기주총 표 대결에서 승리를 가져오는 ‘신의 한수’가 됐지만 임종윤·종훈 형제는 이제 경영 전면에 나서 이를 증명해야 하는 난제를 떠안게 됐다.
무엇보다 다소 허황돼 보이는 수치 제기만이 아닌 더욱 선명한 경영 전략을 통한 미래비전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형제 측이 주총에서 이겼지만 그룹 실권을 잡은 건 아니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면서 “그들의 전언대로 100개 이상의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하는 CDO(위탁개발)·CRO(위탁연구) 전문회사로 거듭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모녀인 송 회장·임 부회장과의 관계 개선도 큰 고민거리다. 형제는 당장이라도 모녀와 상속세 문제를 논의해야 하지만 이들 사이에 앙금이 좀처럼 가시질 않을 모양새다. 이를 의식한 듯 임종윤 사내이사는 주총 직후 “가족이 모두 화합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고, 임종훈 사내이사도 “우리가 가족과 힘을 합쳐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CWN 손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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