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 에브리타임, 그리고 텔레그램은 서로 아무 상관이 없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이 매우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바로 모두 윤리적 ‘논란'이 있었다는 점이다.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에서는 한 청소년의 사진과 함께 ‘장애인 팝니다'라는 글이 기재되어 대중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대학생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중 하나인 에브리타임은 사회적 약자를 향한 혐오 표현과 익명성에 의존한 악성 댓글의 심각성이 꾸준히 문제 제기되었다. 작년 10월, 악성 게시물과 댓글에 시달리던 한 대학생의 자살은 에브리타임 커뮤니티 내 사이버불링의 심각성을 알렸다. 마지막으로 텔레그램은 ‘n번방'으로 알려진 집단적 디지털 성범죄에 사용되었던 앱이다.
2020년도에 세 개의 다른 사이트 및 앱에서 이런 사건들이 발생했다. 그렇다면 범죄와 혐오의 매개체로 사용됐던 플랫폼의 책임은 얼마나 있을까? 플랫폼 자체가 범죄에 가담했다고 할 수 있는가? 또한, 향후 비슷한 일을 막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먼저, 에브리타임의 경우 계속 비판되었던 익명 보장과 자정 기능의 부재가 한 대학생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악성 댓글 작성자들 또한 틀림없는 가해자들이다. 하지만 커뮤니티가 ‘혐오의 장'이라고 불릴 때까지 지속해서 방치한 에브리타임 또한 범죄에 일조한 것이다.
당근마켓과 텔레그램은 직접적으로 범죄에 가담했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비슷한 범죄를 예방하려는 조치와 윤리 강령 등을 마련하려는 적극적인 태도는 부족해 보인다.
당근마켓은 게시물을 삭제와 글을 올린 청소년을 보호 처분 조치로 대응했다. 또한, 불법 게시물을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으나 이는 논란 글이 올라오는 것을 예방할 수는 없다. 더 좋은 방법으로는 알고리즘을 통한 필터링 기술 도입이 있지만, 프로그램을 짜는데 엄청난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므로 이가 실현될지는 미지수이다.
텔레그램은 신고한 게시물은 삭제했으나 유포된 성 착취 영상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법칙'을 따르겠다는 뜻을 표명했고, 개인정보 제공을 거절했다. 물론 윤리에 명확한 답은 없기에 개인정보 보호라는 가치를 더 중요시해 내린 판단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성범죄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가? 혹은 피해자의 모든 권리를 빼앗은 가해자들에게 개인정보를 보호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가? 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현명한 대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텔레그램은 뛰어난 보안성이라는 앱의 특성은 성범죄자들의 안전망으로 절대 악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줬어야 했다.
세 플랫폼의 책임의 정도와 대처 방법은 달랐지만 모두 사회적인 책임 의식과 윤리적 인식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을 깨우쳐 주었다. 선 논란 후 제재가 아닌 선 예방을 위해, 그리고 플랫폼 기업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 디지털 윤리 규정에 대한 진중하고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사용자들 역시 이에 경각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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