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은 정관 위반 여부…법원 판단에 지분율 무게추 변동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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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각 사 |
[CWN 소미연 기자] 영풍과 고려아연 간 경영권 갈등이 소송전으로 비화됐다. 법적 공방의 불씨가 된 것은 지난해 9월 고려아연이 HMG글로벌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다. 고려아연은 이차전지와 소재 등 미래 신사업 육성을 위한 현대차그룹과의 협력 관계 강화 차원으로 설명했지만 영풍의 생각은 달랐다. 경영상의 목적이라기보다 경영권 독립을 위한 우호 지분 확대로 해석한 것이다. 고려아연과 현대차는 '배터리 동맹'을 맺은 우호 관계로, 현대차 해외 합작법인이 바로 HMG글로벌이다.
영풍은 고려아연을 상대로 '신주발행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사안을 심리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는 오는 14일 첫 변론기일을 연다. 쟁점은 영풍에서 주장하는 정관 위반 여부가 될 전망이다. 고려아연 정관은 3자에게 신주를 발행하기 위한 조건에 '회사가 경영상 필요로 외국의 합작법인에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로 명시했다. 여기에서 '경영상 필요'는 물론 '외국의 합작법인'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영풍 측의 주장이다. 고려아연이 참여한 합작법인으로 한정하지 않으면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고려아연은 3자 유상증자를 국내 법인에도 허용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안을 3월 정기주총에 내놨으나 영풍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영풍은 HMG글로벌이 소유한 고려아연 지분도 묶어놨다. 이번 신주발행 무효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주식 처분을 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인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주식의 보호예수 기간보다 재판 기간이 길어질 경우까지 대비한 것이다. 그만큼 영풍과 고려아연의 지분율 다툼은 총성 없는 전쟁과 같다.
HMG글로벌이 인수한 고려아연 지분은 약 5%(104만5430주)다. 지분 확보에 약 5272억원을 투자했다. 만약 법원이 영풍의 손을 들어줄 경우 HMG글로벌의 주식 전량이 공중분해된다. 이로써 고려아연의 우호 지분율은 기존보다 낮아지고, 반대로 영풍의 우호 지분율은 기존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재계에 따르면, 2022년 6월 기준 영풍 측의 고려아연 지분율이 신주발행 이후인 2023년 9월 3%p(35.22%→31.57%) 이상 떨어지며 고려아연 경영진(우호지분 포함)에 지분율 역전을 당했다. 같은 기간 고려아연 경영진과 우호주주의 지분율은 10%p(18.74%→32.10%) 이상 올랐다.
법조계에선 고려아연이 증명할 신주발행에 대한 '경영상 필요'가 법원 판단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기존 주주들의 신주인수권과 회사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경우 신주발행을 무효로 판단한 대법원 판례가 있어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상법(제418조)은 재무구조 개선과 같은 경영상 목적 달성에 한해서 3자 신주발행을 인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영풍은 신주발행 당시 고려아연이 현금성 자산 등 약 1조5000억원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존 주주를 배제한 3자 신주발행의 목적이 불순하다는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려아연은 적극 방어에 나선 상태다. 영풍이 HMG글로벌 임원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찬성한 점, 2022년 8월 한화H2에너지 USA를 대상으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할 당시 영풍이 묵인한 점을 제시하며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한화H2에너지 USA도 고려아연이 직접 참여하지 않은 국내 기업(한화임팩트)의 해외 합작법인이다.
CWN 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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