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도 공개…삼성家 3대 걸친 노블리스 오블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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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금동 관음보살 입상'.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기획전을 통해 국내 일반인에 최초로 공개됐다. 사진=삼성전자 |
[CWN 소미연 기자] 동아시아 불교미술을 조망하는 호암미술관의 대규모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이 일반 관객은 물론 전 세계 전문가들의 관심과 호평 속에 관람객 6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3월 27일 개막 이후 5월 말까지 60여일 동안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관람객들의 발걸음은 더욱 잦아질 전망이다. 오는 16일 폐막까지 남은 기한은 10여일이다.
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연꽃처럼'은 지난해 대대적인 리노베이션 이후 호암미술관의 첫 고미술 기획전이자 한국, 일본, 중국 3개국의 불교미술을 '여성'이라는 키워드로 본격 조명한 세계 최초의 전시다. 특히 해외 개인 소장가로부터 대여해 온 백제의 미소 '금동 관음보살 입상'은 국내에서 일반인에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이며, 고려시대 국보급 작품 '나전 국당초문 경함'은 전 세계에 단 6점만이 남아있는 진귀한 명품이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불설대보부모은중경', '궁중숭불도', '자수 아미타여래도' 등도 함께 전시됐다. 선대회장의 기증품이 창업회장이 만든 미술관에 다시 돌아와 세계적인 명품들과 나란히 '세계 최초의 기획'에 함께 전시되는 특별한 인연도 관객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뿐만 아니다. 삼성문화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권1-7', '아미타여래삼존도', '아미타여래도', '석가여래설법도 등 4점도 이번 전시를 통해 일반에 최초로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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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 불상 전경. 사진=삼성전자 |
호암미술관은 이번 기획전의 기획과 전시에 5년의 시간을 투자했다. 전시에 포함된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소장 '수월관음보살도' 같은 고서화는 자국 소장처에서도 자주 전시하지 않고, 한번 전시되면 상당 기간 작품 보존을 위해 의무적인 휴지기가 있다. 그만큼 전시되는 기회 자체가 드물다.
해외에서 중요 작품 한 두 점을 대여해 전시하는 경우는 있지만 한국과 일본, 미국, 유럽에 소재한 27개 컬렉션에서 불교미술 걸작품 92점(한국 48, 중국 19, 일본 25)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는 극히 이례적이다. 더욱이 한국에 처음 들어온 작품은 47건으로 절반이 넘는다. 기획전을 관람한 국내외 미술 전문가들이 "세계 유수의 불교미술 명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어쩌면 우리 생에 한 번 밖에 없을 특별한 기획전"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비즈니스 미팅 등을 위해 만난 주요 외빈들과 이번 전시를 5번이나 관람하며 한국 전통 문화를 소개하고 국내 문화·예술 발전에 대한 삼성의 노력과 기여를 설명했다. 특히 함께 방문한 일행들에게 '감지금니 묘법연화경'을 확대해 세밀하게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돋보기'를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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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전에서 '디지털 돋보기'를 시연하고 있는 관람객들. 사진=삼성전자 |
삼성가(家) 3대에 걸친 미술 사랑과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국내 미술 문화 부흥과 국민들의 '문화 향유권'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암미술관은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이 30여 년에 걸쳐 수집한 미술품을 기반으로 1982년 4월 22일 개관했다. 해외에 유출되고 산지사방으로 흩어져 소멸될 위기에 놓인 민족문화의 유산들을 수집·보호하기 위해 미술관 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에 걸친 교육과 향유의 장을 구상하려는 이병철 창업회장의 의지로부터 시작됐다.
이병철 창업회장은 개인적으로 모아 왔던 문화재 1167점(국보·보물 10여점 포함)을 1978년 삼성문화재단에 기증했다. 바통을 이은 이건희 선대회장은 기업가이면서 동시에 예술애호가이자 사회사업가이기도 했다. 2004년 리움미술관 개관식에서 이건희 선대회장은 "비록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지라도 이는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철학을 토대로 '이건희 컬렉션'에는 국보급 문화재를 포함해 국내 유명 작가의 작품들이 대거 포함됐다.
2021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이건희 선대회장이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평생 모은 개인 소장품 중 2만3000여점을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기증했다. '국립박물관의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선대회장의 당부를 실천하는 것이 고인을 기리는 진정한 의미의 상속이라는데 뜻을 모았다. 이후 '이건희 컬렉션'은 전국 미술관에 전시되며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CWN 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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