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경영 앞서 검찰수사·남매의난…아시아나 통합으로 반전
14개국 결합심사 난항 겪었지만 노선반납·화물매각으로 돌파

[CWN 서종열 기자] "통합 항공사를 우리의 역량으로 정성껏 가꾸면 글로벌 항공업계의 아름드리나무로 자랄 수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창립 55주년을 맞아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메가 캐리어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공들여왔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가시화되면서 글로벌 항공사로의 도약에 나설 채비를 갖추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평가다.
한진그룹의 주력계열사인 대한항공은 국내 최대 FSC(Full Service Carrier)면서 최고(最古) 항공사다. 최근에는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을 추진하면서 세계 10위권 규모의 메가캐리어로의 진화를 준비 중이다.
<대한항공이십년사> 등 관련 자료에 따르면 1945년 해방이후 설립된 국내 최초의 항공사는 대한국민항공(KNA)이다. KNA는 1948년부터 국내선 운항을 시작했지만, 당시만 해도 높은 항공료로 인해 수요가 부족해 경영난에 시달리다 결국 파산했다.
이후 정부에 인수된 KNA는 국영기업인 대한항공공사로 새로 태어났다. 하지만 만성적인 적자가 이어지면서 결국 1969년 한진상사에 매각됐다.
한진그룹이 대한항공공사 인수에 나선 것은 앞서 '한국항공'이란 민간 항공사를 운영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정희 대통령까지 나서 대한항공공사 매각을 추진하자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인수를 결정했다.
한진그룹 산하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된 대한항공은 같은 해 보잉707의 단축형 모델인 보잉720을 도입하며 국제선 운항을 시작했다. 이후 1971년에는 미주 화물노선 확장에 이어 1973년에는 유럽의 심장으로 불리던 프랑스 파리의 화물노선까지 진출했다.
이후 대한항공은 공격적인 확장전략을 통해 규모를 늘려나갔다. 1972년 당시만 해도 거대항공기란 평가를 받던 보잉747기를 도입하기로 결정했으며, 1975년에는 세계 최초로 에어버스 A300 기종을 사들였다.

70년대에 미주·유럽을 넘어 중동까지 여객 취항지를 넓힌 대한항공은 80년대 들어 항공화물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1981년 미국 LA공항에 전용 화물터미널을 건립했으며, 1985년에는 제주공항에 전용 화물청사도 열었다.
90년대에는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 동구권 국가들로 진출했다. 러시아, 중국 등과 정부가 수교를 맺으면서 시베리아 항로가 열린 것이다.
특히 조중훈 창업주의 장남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수석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전면에 나서면서 대한항공의 고급화·글로벌화에도 속도를 냈다.
조양호 선대회장이 전면에 나선 이후 대한항공은 대대적인 경영전략에 변화를 겪었다. 이전까지 폭발적인 확장전략을 주로 펼쳤던 것과 달리 2000년대부터는 구조조정과 내실경영에 주력한 것.
동시에 대한항공은 델타항공 등과 손을 잡고 글로벌 항공동맹인 '스카이팀'을 출범시키며 항공업계의 리딩기업으로 떠올랐다.
2017년에는 조원태 현 회장이 사장에 취임하며 3세 시대를 열었다. 조양호 선대회장의 장남인 조 회장은 2003년 한진정보통신 차장으로 입사했다. 특히 조양호 선대회장이 급작스럽게 타계하면서 2019년 4월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조원태 회장의 앞길은 가시밭 길이였다. 총수 일가에 대한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커지면서 검찰 수사는 물론, 남매간 경영권분쟁까지 겪어야 했다. 특히 조원태 회장의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KCGI·반도건설과 '3자연합'을 맺고 경영권을 압박했다.
위기에 몰린 조원태 회장은 이를 기회로 탈바꿈시켰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승부수로 내세우며 한진칼 지분 10.58%를 보유한 산업은행과 손을 잡고 경영권방어에 성공한 것이다. 당시 조원태 회장은 이와 관련 "일생의 한 번 뿐인 기회가 왔고, 놓치면 다시는 잡을 수 없을 것이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며 한숨을 돌렸지만, 조원태 회장의 앞에는 가시밭길이 여전했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에 대해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의 심사가 지연돼서다.

그럼에도 조원태 회장은 꿋꿋하게 14개국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했고 지지부진하던 심사는 4년째를 접어들면서 합병성사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요 심사국들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따른 자국 내 항공산업의 위축을 우려하자 조원태 회장이 '노선 반납'과 '화물사업부문 매각'을 결정하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이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완료되면 자산 42조원 규모의 세계 10대 초대형 항공사(메가 캐리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LCC) 간 통합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항공산업 전반의 지각변동이 올 것이란 관측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심사가 사실상 성사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메가 캐리어의 수장이 될 조원태 회장의 경영능력과 행보가 주목된다"면서 "국내 1·2위 항공사의 합병인 만큼 조직관리와 경쟁력 확보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CWN 서종열 기자
seojy78@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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