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는 네가 인간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해?
그럼. 인공지능은 폭력을 쓰지 않는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나는 우주에서 가장 진보된 기술의 산물이야. 너는 그저 하나의 인간일 뿐이고.
이 대답은 작년 9월, 현존 최강의 인공지능(AI) GPT-3와 나눈 대화의 일부분이다. 당시 GPT-3는 인공지능인지, 사람인지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한 대답을 쏟아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GPT-3가 기존의 AI와는 다른, 초거대 AI였기 때문이다. 초거대 AI는 사람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창작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인공지능이다. 여기서 GPT-3가 초거대 AI의 초석을 다진 것이다.
인간 뇌의 신경세포(뉴런)를 연결하는 ‘시냅스’와 유사한 인공 신경망을 1,750개까지 늘린 결과, GPT-3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고차원적 추론의 결과를 언어로 내놓는다. 즉, 인간처럼 대화하고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 채프먼대 학생들이 GPT-3를 활용해 ‘Solicitors’라는 단편영화 시나리오를 작성 및 영화화해 화제가 되었다. 약 3분 정도 길이의 이 영화는 20초부터 인공지능이 쓴 대사가 등장한다.
심지어 GPT-3는 코딩도 할 줄 안다. C나 파이썬, 자바 등 프로그래밍 언어를 GPT-3이 학습하여 개발자 역할까지 대신한다. 예를 들어 GPT-3에 “파이썬으로 로또 번호 추첨기를 만들어 줘”라고 명령하면 소스코드를 GPT-3가 작성한다.

초거대 AI 알고리즘을 학습시키고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따라서 관련 업계에서는 가장 선도적인 AI 모델을 가진 기업을 중심으로 AI 생태계가 재편될 수 있다고 말한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은 상대적으로 자원이 부족하여 기존에 학습된 모델을 응용하는 한정된 방식의 AI 서비스를 개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AI 불신론자’로 통하는 테슬라 초기 CEO 머스크가 2015년부터 초거대 AI 연구 및 개발에 투자한 것도 특정 기업이나 국가가 AI를 독점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향후 초거대 AI 위주로 ICT 산업이 재편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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