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세계 10위 발돋움 후 10년만에 5위로 퀀텀점프
디자인·브랜드·전기차까지 한발 앞선 결정이 도약 비결

[CWN 최한결 기자] 현대차그룹이 2년 연속 글로벌 완성차 3위를 달성하면서 전세계 주요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동아시아 변방의 작은 자동차회사가 단 20년만에 글로벌 탑3 완성차메이커로 올라선 비결을 궁금해하고 있어서다.
28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CNBC는 지난 25일 '현대차그룹은 어떻게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자동차기업이 됐을까'란 리포트를 게재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730만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CNBC는 리포트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비롯한 선두권 업체들을 추격하고 있다"면서 "로보틱스, 자율주행 미래항공 모빌리티 등 다양한 영역에도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CNBC는 현대차그룹의 성장비결로 △강력한 경쟁자 △험난한 과거 △혁신적인 변화 △미래전망 및 도전과제 등을 뽑았다. 패스트 팔로우 전략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현대차그룹이 이제는 퍼스트무버로 변신하며 고속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실 국내외 자동차업계에서 현대차의 탑3 등극은 이변이었다. 반도체 수급난과 전동화 전환 등 전례 없는 위기상황을 겪은 자동차업체들은 지난해 주요 완성차업체들의 판매량이 대부분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부진한 업황을 감안하면 글로벌 판매량 순위에 큰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이후 부품 및 원자재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자 현대차 임직원들은 직접 국내외 협력업체를 찾아다니며 부품을 수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제네시스와 아이오닉5 등을 앞세워 고급차와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지켜낸 점도 눈에 띈다.
재계에서도 현대차그룹의 성장속도에 놀라움을 표시할 정도다. 2000년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완성파 판매 10위에 포함된 후 2010년 5위로 올라섰으며, 이제는 탑3 중 하나로 명실상부하게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의 오늘을 만들어낸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도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1986년 세계적인 자동차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포니의 후속모델인 엑셀을 미국 시장에 선보이며 글로벌 사업의 첫발을 내디었다. 하지만 당시 미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일본 브랜드만큼의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카피캣(모방)' 메이커라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변환의 시작은 정몽구 명예회장이 본격적인 지휘봉을 잡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품질경영'을 전면에 내세운 정 명예회장은 국내는 물론 미국과 해외 생산기지를 잇달아 방문하며 현대차그룹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품질문제를 개선해나갔다.
승부수는 미국 시장에 선보인 '10년, 10만km'라는 역대급 품질보증이었다. 경쟁사들조차 무모하다는 평가를 할 정도로 파격적인 보증제도를 앞세우며 단숨에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샛별로 떠올랐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현대차그룹의 품질향상에 집중했다면 정의선 회장은 디자인 및 비전을 앞세우며 현대차그룹이 지향해야 할 청사진을 내놨다.
먼저 2004년 기아를 맡게 된 정 회장은 곧바로 '디자인 기아'란 캐치프레이즈 아래 기아차에 패밀리룩 디자인을 적용시켰다. 특히 아우디의 부활 주역 중 하나인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을 영입해 기아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했다. 그 결과 기아는 올해 1월 형님격인 현대차의 시가총액을 넘어서기도 했다.
기아 부활에 성공한 정 회장은 현대차로 복귀해 브랜드경영을 이어갔다. 동시에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선보이며 현대차그룹의 디비전을 늘려갔다.
또한 세계 최초의 수소연료전지 SUV 투싼을 비롯해 전기차 아이오닉5 등 시장 주도적인 혁신제품들을 내놓으며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해나갔다.
일각에서는 정의선 회장의 '퍼스트무버' 전략이 본격화되면서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No.1 완성차 기업으로 올라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전기차 및 친환경 자동차시장 규모가 급격하게 커지고 있는 만큼 현대차그룹이 꾸준하게 투자해왔던 수소연료전지차량과 전기차 시장규모가 날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기대돼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은 "우리는 전기(주행)를 매우 견고하고 분명한 트렌드로 봤고 (이를) 활용했다"고 말했다.
CWN 최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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