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에 "따로 보자"…'글로벌 AI 컴퍼니' 본격화

[CWN 소미연 기자] 최태원 SK 회장이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날아갔다. 현지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4'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개막일(26일)부터 전시장을 찾은 그는 그룹 계열사인 SK텔레콤(SKT) 부스는 물론 삼성전자를 포함한 글로벌 기업 부스 여러 곳을 방문해 기술 트렌드와 신제품을 살펴봤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참관이지만 의미는 달랐다. AI(인공지능)를 중심으로 △빅테크 공동 대응을 위한 통신사 연합전선 구축 △삼성전자와 동맹 결성 △SKT의 '글로벌 AI 컴퍼니' 전환 속도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최 회장은 SKT 전시 부스 프라이빗 공간에서 개최된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GTAA)' 창립총회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는 △팀 회트게스 도이치텔레콤 회장 △하템 도비다 이앤그룹 CEO △위안 콴 문 싱텔그룹 CEO △다다시 이이다 소프트뱅크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 등 글로벌 이동통신사 주요 임원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2022년부터 SKT 회장을 겸직하고 있다.
5개 이통사는 총회 직후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깜짝 발표했다. 통신사 특화 초거대언어모델인 '텔코 LLM'을 공동 개발하고, 향후 사업 협력을 수행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시장을 선점한 빅테크에 맞서 전 세계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는 다국어 LLM을 개발, 가입자들에게 혁신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초기엔 한국어·영어·일본어·독일어·아랍어 등 5개 국어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법인은 연내 설립해 규모를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 유영상 SKT 사장은 세계 20여개 통신사에 법인 참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다. 최 회장은 삼성전자에 손을 내밀었다.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는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을 직접 만났다. 최 회장이 노 사장에게 질문 공세를 퍼붓는 모습은 업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다음'을 기약했다. 최 회장은 부스를 떠나기 전 "논의 드릴 부분이 있다. 따로 한번 뵙자"며 만남을 제안했고, 이에 노 사장도 "알겠다. 잘 협력하겠다"며 화답했다. 양사 간 사업 논의는 이르면 내달 진행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AI를 겨냥한 SKT와 삼성전자의 전략이 서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른바 '텔코 AI폰'이다. 통신사가 개발에 나선 '텔코 LLM'의 서비스 지원을 위해선 고성능 스마트폰(AI폰)이 필수적이다.
AI폰은 온디바이스(기기 내장형) AI 기기로, 애플리케이션이 없어도 되지만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대중화를 이끌 수 있다. 이 같은 이해관계가 양사의 긴밀한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앞서 최 회장은 'MWC 2024'를 통해 실물이 처음 공개된 삼성전자의 웨어러블 기기 '갤럭시 링'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특별히 반지 형태로 디자인한 이유가 있느냐. 전화 수신 기능이 적용돼 있느냐"고 물었다.
노 사장은 "항상 부담 없이 착용하면서 건강 상태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반지 형태가 최적이라 생각했다", "아직 전화 기능이 되진 않지만 수면 패턴이나 신체 내 산소 포화도 등 건강 상태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여러 부스를 돌아본 뒤에도 '갤럭시 링'이 가장 인상깊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최 회장의 광폭 행보는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은 SKT의 '글로벌 AI 컴퍼니' 도약 비전과 맞닿아 있다. 최 회장은 SKT 부스에서 취재진과 만나 "AI 시대에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많은 고객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려 한다"며 "앞으로도 기술과 고객을 리딩하는 기업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AI는 최 회장이 수년째 강조해온 사업 분야다. 2019년 8월 SK이천포럼에서 "AI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등 혁신 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면 SK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말한 데 이어 이듬해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도 "AI 등 신사업을 우리의 성장 동력으로 인정받기 위해 적극 나서 달라"며 그룹 계열사 CEO들에게 주문했다. 실제 SK는 전사적으로 AI와 관련된 솔루션을 마련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는 최 회장이 내세운 AI 시대를 앞둔 SK의 강점이다.
CWN 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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