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앤컴퍼니, 사법 리스크 속 조현범 재신임 여부 관심
포스코, 장인화 회장 공식 취임…국민연금 표심 관건

[CWN 소미연 기자] 이른바 '주총 시즌'이 돌아왔다. 국내 상장기업들이 내달부터 정기 주주총회를 연달아 개최하며 영업보고 및 재무제표 승인 등 통상적인 절차와 함께 중요 현안에 대한 중지를 모은다.
다만 재계 최대 관심사였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은 제외됐다. 올해 주총에서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를 예상했던 재계는 다소 아쉬운 표정이다.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 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2019년 10월 임기 만료 이후 지금까지 이사회와 거리를 둬왔다.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복귀 시점을 미뤄온 것이다.
전망은 밝다. 최근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경영 전면에 나설 길을 텄다. 검찰 항소로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지만, 이사회 합류는 시기상 문제일 뿐 향후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이제 재계의 관심은 표대결을 앞둔 고려아연이다. 고려아연의 단일 최대주주인 영풍그룹이 주총 안건으로 상정된 주주배당, 정관변경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정면 충돌을 예고했다. 고려아연에서 결정한 주당 5000원 결산 배당은 2023년 현금배당금 총 1만5000원으로 합산돼 직전 년도에 비해 5000원 감소한 결과를 낳을 뿐 아니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조항 삭제는 전체 주주 이익에 반한다는 게 영풍 측의 주장이다.
고려아연은 반박했다. 1000억원의 자사주 소각을 포함하면 2023년 주주환원율은 76.3%로 직전 년도(50.9%)에 비해 훨씬 높고, 환원액 또한 3979억원에서 4027억원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영풍의 주장대로 배당금을 높이면 주주환원율이 96%에 육박하는데, 모든 이익금을 투자나 기업환경 개선에 할애하지 않고 주주 환원에 쓰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와 주주권익을 떨어뜨린다는 게 고려아연 측의 설명이다.
이로써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양사의 갈등은 더욱 첨예화되고 있다. 70년 넘게 이어온 '한 지붕 두 가족' 경영 체제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앞서 영풍그룹은 1949년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설립한 이래 그룹과 전자 계열은 장씨 일가가, 고려아연을 포함한 비전자 계열은 최씨 일가가 경영을 맡아왔다. 하지만 장형진 영풍 고문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쟁적으로 고려아연 지분 확보에 나서면서 균열이 생겼다. 현재 지분율은 장 고문 측이 32%, 최 회장 측이 33% 수준이다.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도 주총에서 경영권 분쟁이 불거질 수 있다. 조현범 회장이 부친 조양래 명예회장과 효성그룹 등 우호 세력을 등에 업고 경영권을 수성하고 있으나, MBK파트너스가 "계속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표명해 분쟁 불씨는 여전하다. MBK파트너스는 조 회장의 형제인 조현식 고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조희원 씨가 지분 공개매수 추진을 위해 손잡은 사모펀드 운용사다. 형제의 난은 공개매수 실패로 일단락된 상태다.
문제는 조 회장의 사법 리스크다. 지난해 3월 200억원대 횡령 및 배임,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형제들이 반기를 든 배경이다. 조 회장과 등진 형제들이 내세운 공개매수 명분이 바로 사법 리스크 해소, 기업지배구조 개선이었다.
한국앤컴퍼니 측은 "조 회장의 뛰어난 경영 능력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이다"라며 지배구조 개선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이번 주총에서 조 회장이 사내이사로 재신임을 받게 되면 단독 경영 체제가 강화될 전망이다.
포스코그룹은 주총에서 차기 회장 선임안을 의결해 인선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출석 주주의 과반이 찬성표를 던지면 최종 후보로 선정된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이 이사회를 거쳐 공식 취임하게 된다.
관건은 국민연금의 표심이다. 국민연금은 그룹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의 최대주주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공정하지 못하다"며 이번 회장 선출 과정에 불만을 표시한 바 있어 표대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CWN 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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