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소셜 미디어에서 “일본의 진짜 광기”라는 이름으로 한 장의 사진이 유명해졌다. 바로 태블릿 PC에 도장을 찍으면 디지털 문서에 인감이 찍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것인데, 국내 네티즌은 “이건 아날로그도 아니고 디지털도 아니다.”, “도장을 분실하면 어떻게 되는가?”, “일본은 도장에 정말 진심이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아날로그 세대에게 별다른 교육 없이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데 태블릿에 도장을 찍는 이 어색한 행동, 사실일까?
일본은 모든 공문서에 개인 도장을 찍는 관례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디지털 문서 또는 전자 서명으로 대체하는 다른 국가와 달리 일본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계약을 체결하고, 합병 승인을 하는 등 다양한 부분에 인감 사용을 고집해왔다.
하지만 일본이 고집하는 전통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일본 정부는 디지털 경제에서 도장의 역할을 재평가하게 되었다. 포브스에 따르면 일본은 아직도 인감 도장을 찍기 위해 많은 근로자와 공무원이 출근을 해야 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사업 효율성을 떨어뜨리며 코로나 확산 기간 동안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게 되었다.
이에 지난 5월 일본 의회는 일본의 디지털화를 강화하는 새로운 기관을 설립하는 계획을 발표하며 법안의 일환으로 디지털 데이터가 공식 문서의 종이와 인감 도장을 대체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민간 부문에서도 일본 조직은 종이 대신 디지털 서명을 수용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디지털 무역 활성화를 위해 전자 서명과 다른 혁신 기술의 사용을 장려하는 일본-영국 자유무역 협정에 힘입어 탄력을 받았다.

시야치하타사의 NFT 인감도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유명 도장 제작 기업 시야치하타(シヤチハタ)가 인영의 데이터와 이용자의 정보를 결합해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화 함으로써 위조 위험을 줄인 NFT 전자 도장을 개발한다고 8월 18일 IT미디어가 보도했다. 단 서비스 제공 형태나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데, 기존의 가상자산과 달리 디지털 자산에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해 상호 교환이 불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기록된 소유자 이력 데이터를 변조할 수 없으며 상호 교환이 불가능해 디지털 작품 또는 제품의 진위와 소유권을 증명하는 데 사용된다.
이러한 특징을 활용해 NFT 인감은 언제, 누가, 어떤 서류에 전자 도장을 찍는지에 대한 정보를 시야치하타, 덴츠, 아사히 신문 등 20개 사가 공동 관리하는 블록체인에 기록한다. 별도의 전자 계약 서비스를 사용하는 기업끼리도 NFT 인감을 사용해 날인을 증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목표로 개발자를 위한 API도 개발될 예정이다.
즉, 일본의 태블릿 전자 도장의 핵심은 블록체인을 통해 위변조 위험을 줄인 전자 서명 시스템이며, 태블릿에 도장을 찍는 ‘행위’가 아니다. 실제로 시야치하타의 NFT 인감은 어떤 형태로 제공되는지에 대해 알려지지 않았으며 NFT 인감의 사용 일자, 소유자 정보, NFT 토큰 ID 등이 기록된 NFT 인감 이미지만 공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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