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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원 칼럼] 종교 인도적 지원, 어디로 가야 하나

윤창원 논설실장 / 기사승인 : 2025-11-20 11: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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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몬교 본부 현장에서 본 '체계와 존엄', 한국 종단들의 실천과 교훈

얼마 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트시티에 있는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몰몬교) 본부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본 풍경은 종교단체의 구호사업이 단순한 '자선' 차원을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몰몬교는 난민과 이주민을 지원하면서도, 그들을 단순한 수혜자가 아닌 동반자로 세우고 있었다. 일정 기간 구호활동에 직접 참여하게 하고, 그 대가로 급여를 지급한다. 시혜적 지원이 아니라 존엄과 자립을 회복하는 방식이다. 이는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말하는 '역량강화'와 '참여적 개발'의 원칙을 실천하는 모델이다.

▲<이재민들에게 지급하는 담요를 손으로 작업 하는 모습>

본부 내부를 둘러본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거대한 창고는 생활필수품과 식료품으로 정갈히 채워져 있었고, 자원봉사자들은 마치 전문 물류센터처럼 분업화된 모습으로 구호물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다른 공간에서는 봉사자들이 담요를 꿰매며 정성을 담는 연대를 실천하고 있었다. 

"Cleaning Kit"라 적힌 흰 통에는 재난 현장에서 필요한 수건, 세제, 위생용품이 들어 있었고, 통 표면에는 "예수 그리스도 후기성도 교회가 드리는 선물"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포교적 강요 없이 투명하게 출처를 밝히는 태도다. 벽면에는 "자립(Self-Reliance)" 안내판이 붙어 있었는데, 영어 교육, 직업훈련, 취업 알선 등 난민의 정착을 돕는 프로그램이 단계별로 마련되어 있었고, 봉사활동에 참여하면 급여를 받는 제도도 있었다. 이는 구호를 넘어 상호적 존엄의 실현이자, 유엔난민기구(UNHCR)가 강조하는 '지속가능한 정착' 접근과 맥을 같이 한다.

▲<자립과 지속가능한 정착을 보여주는 그림>

우리나라 종교단체들도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실천을 이어오고 있다.

천주교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은 국제 카리타스 네트워크의 일원으로서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운영체계를 갖추고 있다. 2024년에는 28개국에서 45개 사업을 진행하며 46억 원가량을 투입했다. 단발성 구호를 넘어 '인도적 지원-복구-개발' 연속체(Humanitarian-Development Nexus) 접근을 실천하며, 사업 내역과 국가별 지원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제도적 책임성(institutional accountability)이 강점이다. 특히 재난 이후 지역사회 회복력(community resilience) 강화에 초점을 맞춘 장기 프로젝트가 두드러진다.

굿네이버스는 한국에서 설립되어 세계적 NGO로 성장한 대표적 사례다. 지역개발위원회 모델을 통해 지역주민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지역사회 중심의 자립 모델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9년 설립한 굿네이버스 글로벌임팩트재단을 통해 사회적 경제 사업으로 지역사회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 접근을 시도한다.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설립을 지원하여 단순 지원을 넘어 지역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원불교 봉공회는 생활 밀착형 봉사를 특징으로 한다. 수해, 태풍 피해 현장에 신속히 투입되고, 노숙인 무료 급식과 생활지원 활동을 이어간다. 전국 교당과 봉공회, 교도를 잇는 지역 인프라 덕분에 '최일선 대응자'로서의 역할이 가능하며, 재난관리 주기에서 '대응(response)' 단계의 신속성과 '복구(recovery)' 단계의 지속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의사결정과정이 단순하고 신속한 대응에 최적화되어 있다.

불교 조계종의 '아름다운동행'은 해외 아동 결연과 교육 지원에 집중한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학교 건립, 농업기술고 설립 등 교육·개발을 결합하며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양질의 교육(SDG 4)'과 '불평등 감소(SDG 10)'에 기여하는 장기적 자립 지원 모델을 구축했다. 후원자가 소액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해 시민사회 참여를 넓히는 것도 특징이다.

그러나 선의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국제 사례들은 보여준다. 세계적 청년 선교단체부터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 수도회, 홀로코스트 생존자 지원 네트워크, 빈민구호의 상징으로 불린 단체에 이르기까지, 권력 집중과 감시 부재가 만든 구조 속에서 영적 남용, 성폭력, 재정 횡령이 발생했다. 

국제 NGO 기준인 Core Humanitarian Standard(CHS)는 수혜자 보호, 고충처리 메커니즘, 투명한 정보 공개를 핵심으로 삼는다. 종교단체라 해도 예외일 수 없다. 오히려 도덕적 권위를 갖는 만큼 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

종교단체 구호사업은 다음 원칙을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

투명성과 책임성. 재정 공개는 물론, 사업 성과를 측정 가능한 지표(M&E)로 제시하고, 제3자 감사를 정례화해야 한다. KOICA와 협력하는 종교단체가 공공 기금을 받는 만큼 시민사회의 감시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수혜자의 주체성과 역량 강화. 단순 배급을 넘어 교육·고용·기술훈련을 통한 자립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일방적 시혜는 의존성을 만들고 지역사회의 자생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보편적 인도주의. 인도적 지원은 특정 교리 전파의 수단이 아니라, 인류 보편의 존엄과 생명을 살리는 실천이어야 한다. 이는 인도적 지원의 중립성 원칙이자, 종교 본연의 자비와 연민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종교는 본래 고통을 덜고 세상을 밝히기 위해 존재한다. 몰몬교 본부의 체계적 구호, 한국 종단들의 전문적 실천, 그리고 국제적 일탈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선의와 열정만으로는 부족하다. 투명한 제도, 외부 감시, 그리고 수혜자를 중심에 둔 설계가 필요하다.

결국 인도적 지원이야말로 종교의 가장 참된 얼굴이어야 한다. 존엄과 자립을 살리고, 투명성과 책임 위에 서며, 보편적 인류애를 향하는 얼굴 말이다. 그것이 21세기 종교단체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고, 진정한 변화의 동력이 되는 길이다.

윤창원 논설실장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한국NGO학회 부회장

대통령직속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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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이진수님 2025-12-07 22:07:27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종교 단체로서 인간의 존엄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인도주의 사업을 진행하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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