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스템 아키텍트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데이터 애널리스트 모두 얼핏 들었을 때,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매우 인기 있는 직종이지만,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슈퍼컴퓨터 등 기존의 여러 컴퓨터 제품을 다루는 직종의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양자컴퓨터를 다룬다면, 기존 컴퓨터의 모든 전문 지식을 양자로 이관하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동안 다루어왔던 기존 컴퓨터와 달리 복잡한 양자물리학의 법칙에 의존해 큐빗을 생성한다는 차이가 한몫한다. 그리고, 실제로 이를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인재가 많지 않다.
미국 온라인 테크 매체 지디넷은 슈퍼컴퓨터의 계산 처리 과정과 정보를 양자컴퓨터로 이관하는 것보다 양자컴퓨터를 다룰 전문 능력을 지닌 숙련된 인재를 찾는 것이 더 어렵다고 설명한다.
실제 양자컴퓨터 전문가가 말하는 인력난 수준은 어떨까?
케임브리지 퀀텀(Cambridge Quantum) 소속 양자 소프트웨어 총괄인 로스 던칸(Ross Duncan)은 지디넷에 "양자컴퓨터 개발에 적합한 인력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렵다"라며,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채용하는 순간은 손에 꼽을 정도로 찾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양자 소프트웨어 개발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케임브리지 퀀텀은 주로 이론적 양자컴퓨터와 부품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을 모두 보유한 인재를 찾는다. 케임브리지 퀀텀이 원하는 인재를 찾는 것은 서울에서 김 서방을 찾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던칸은 "양자컴퓨터 업계에는 물리학 배경지식과 컴퓨터 배경지식을 모두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 모든 능력을 갖춘 인재는 드물다"라고 언급했다.
케임브리지 퀀텀과 같은 양자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기업 외에도 퀀텀 슈퍼콘덕팅(quantum superconducting) 하드웨어 개발 기업도 똑같이 인재난을 겪는다. 퀀텀 슈퍼콘덕팅 분야는 주로 시스템 프로세서를 냉각할 인프라 구축 능력을 갖춘 인재를 필요로 한다. 양자물리학과 저온학, 컴퓨터 과학 분야의 전문 지식을 모두 골고루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양자컴퓨터 업계 인재 채용 시 양자 물리학과 데이터 분석 능력, 엔지니어링, 모델링 혹은 프로그래밍 능력 모두 갖추는 것이 우대 조건이 아닌 '필수 조건'이다.
양자컴퓨터 관련 기업이 직원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양자컴퓨터 자체가 워낙 특수한 분야인 탓도 있다. 그러나 양자컴퓨터 분야에 투자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현재 100여 개의 큐빗을 지원하는 대다수 양자컴퓨터에서 기존 시스템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 양자컴퓨터 기업 취업을 집중적으로 준비하는 인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JP 모건은 금융 애플리케이션용 양자컴퓨터 개발을 다룰 인재를 직접 육성하기 시작했다. JP모건은 양자컴퓨터 분야 인재 채용의 어려움을 극복할 전략으로 박사학 과정을 이수하는 학생을 위한 인턴십 프로그램을 별도로 마련했다.
JP 모건과 같은 대기업은 직접 양자컴퓨터 분야 인재 육성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소기업에는 양자컴퓨터 인재 찾기가 곧 기업의 존립 위기로 이어진다. 양자컴퓨터 인재가 워낙 귀한 탓에 인재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퀀텀머신스(Quantum Machines) CEO인 이타마르 시반(Itamar Sivan)은 지디넷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재 채용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양자컴퓨터 분야가 학계에서 업계로 전환되었으며, 업계가 성장하면서 양자컴퓨터 전문 학자 수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라며, 향후 몇 년간 양자컴퓨터 분야의 인력난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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