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24개월에 걸쳐 스마트폰 기기 값을 할부로 결제하고, 약정 기간이 끝나면 새 제품을 구매한다. 약정 기간이 끝나기 전, 액정이 파손되는 등 휴대폰이 고장 나면 낭패이다. 수리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소비자가 비교적 저렴한 비용을 내고 제품을 고칠 수 있는 외부 수리 업체를 찾는다. 그런데, 애플을 비롯한 많은 제조사가 공식 업체가 아닌 외부 업체를 통해 수리하지 못하도록 한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다수 제조사의 수리 관행을 비판하면서 '수리권'을 외치는 상황이다. 더 나아가 일부 국가에서는 수리권 관련 법안 발의까지 진행됐다. 지금까지 수리권 논쟁이 문제가 된 배경, 그리고 해외의 법안 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설명한다.

고장 난 기기, 수리하냐 새로 구매하냐 그것이 문제로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소비자 단체인 공익 연구소(U.S. Public Interest Research Group)의 설문 조사를 인용, 다수 소비자가 액정 파손, 배터리 장애 등 사용 중인 기기가 고장 나면 수리하는 대신 새 제품을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공익연구소의 나단 프록터(Nathan Proctor) 소장은 "많은 소비자가 제품 수리는 불편하면서 어렵고, 번거로운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제품 수리를 생각하지 않고, 새 제품을 구매하는 이가 많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번거로운 수리 절차에 기기 제조사의 비싼 수리비, 외부 기관을 통한 제품 수리 금지 관행까지 더해져, 고장 난 제품을 수리하고 싶어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간혹 운이 좋게 예상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수리할 수 있어도 부품을 구하지 못해 강제로 제품을 새로 구매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 때문에 많은 소비자가 수리 비용 인하, 제품 수리에 필요한 부품 공급 지원, 외부 업체를 통한 수리 허용 등 제조사의 엄격한 수리 관행을 비판하면서 수리권이 소비자 시장에서 자주 언급되는 키워드로 떠올랐다.
계획된 진부화
그동안 여러 제조사가 외부 업체 혹은 소비자의 자가 수리를 금지하면서 함께 논란이 된 문제가 있다. 바로 '계획된 진부화'이다.
계획된 진부화는 소비자가 사실상 제품을 수리할 길이 없는 상황, 그리고 제조사 차원의 제품 보증 기간이 끝난 뒤 제품 성능을 의도적으로 저하하면서 신제품 구매를 유도하는 행위이다.
최근, 마케티어와 나인투파이브맥 등 복수 외신은 포르투갈 내 아이폰 사용자 11만 5,000명이 계획된 진부화 의혹을 제기하며, 애플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이전에도 계획된 진부화가 법정 공방으로 이어진 적이 있다.
2017년, 애플이 iOS 업데이트와 함께 구형 모델의 성능을 의도적으로 저하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전 세계 소비자에게 비판을 받았을 당시에도 소비자의 집단 소송이 이어졌다. 당시 소송과 함께 일각에서는 '수리권'을 외쳤으나 지금까지 소비자의 수리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

수리권 둘러싼 법적 논쟁
올해 5월, 미국의 수리권 옹호 세력은 기업을 상대로 한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TC)가 수리 관행과 함께 다수 테크 기업이 시장 경쟁을 저해한다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FTC의 판결이 전부가 아니다.
7월 9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대통령이 FTC에 소비자의 수리권을 침해하는 테크 제조사의 관행에 제재를 가하라는 내용의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사실, 이전에도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의회 차원의 수리권 보장 문제가 논의된 적이 있다.
그러나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등 테크 업계 대기업이 수리권 법안 발의 반대를 위한 로비활동을 펼쳤다. 로비 활동과 함께 이들 기업이 주로 주장한 논리는 "소비자의 제품 수리 및 오류 진단 권한이 확대된다면, 불법 수리와 개인 데이터 탈취가 기승을 부릴 것"이다.
더 나아가 애플과 구글, 아마존은 업계 단체 '테크넷(TechNet)'을 형성하고, 소비자에게 수리 접근성을 부여하는 행위는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외쳤다.
그러나 최근, FTC는 "수리권 확대가 소비자에게 피해가 된다는 제조사의 주장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라고 발표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도 법과 함께 수리권 보장에 나섰다.
글로벌 월간지 와이어드는 영국 의회가 최근, '수리권법' 시행과 함께 소비자의 제품 수리 권한을 확대하는 동시에 여러 전자기기의 수명을 최대 10년으로 늘리도록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영국의 수리권법도 소비자의 수리권을 보장하기에는 부족하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전자레인지 등 일부 제품이 수리권법 보장 범위에 해당하지 않아, 일부 소비자 권리 옹호론자와 전문가가 실효성 문제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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