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화폐 사용이 줄어드는 추세이다. 이제는 신용카드, 모바일 페이 결제 보급을 넘어 암호화폐 결제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중국을 포함한 일부 해외 정부는 중앙은행 차원의 디지털 화폐(CBDC) 발행 계획을 공식 발표했거나 검토에 착수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는 가상자산 투자를 경고할 뿐, CBDC 발행 계획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렇다면, 해외의 CBDC 발행 및 활용 현황은 어떨까?

바하마의 샌드달러
글로벌 월간지 와이어드 영국판은 바하마는 2019년 9월, 허리케인 때문에 전국의 은행과 건물 등 각종 기반 시설이 심각하게 파괴된 상황과 현지의 모바일 기기 기반 디지털 화폐 열풍이 더해지면서 중앙은행이 CBDC 발행 속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바하마 중앙은행은 지난해 10월, 샌드달러(Sand Dollar)라는 이름의 CBDC를 발행하면서 세계 최초로 중앙은행 차원의 디지털 화폐를 발급한 국가가 되었다.
샌드달러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일반 상용화된 암호화폐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유일한 차이점은 샌드달러를 발행하는 기관이 민간 기업이 아닌 중앙은행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국가가 샌드달러의 가치를 보장하면서 물리적 화폐의 통화 안정성과 암호화폐 거래의 편리함과 보안, 투명성 등을 확보했다.
바하마 외 CBDC를 사용하는 국가는?
물리적 화폐 사용 감소 추세와 함께 지난해 코로나19 때문에 봉쇄 조치가 시행되면서 세계적으로 CBDC 발행을 하고자 하는 국가가 증가했다. 컨설팅 기업 PwC는 CBDC 글로벌 인덱스(CBDC Global Index)를 통해 2014년부터 60여 개 국이 CBDC 발행을 검토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실제로 CDBC를 발행한 국가는 바하마를 비롯해 소수이다. 바하마 이외에 CBDC 발행에 나선 국가로 일본을 언급할 수 있다. 일본은 1년간 자체 CBDC인 디지털 엔화를 시범 발행하기 시작했다.
또, 중국은 이미 선전과 청두, 쑤저우에서 디지털 위안화라는 이름으로 CBDC를 시범 발행했다. 중국 정부는 더 나아가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기간에 전 세계 방문객을 대상으로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유럽연합은 바하마나 일본, 중국보다 CBDC 발행 속도가 다소 더딘 편이다. 유럽 중앙은행은 지난해, 종합 보고서를 발행하며 유럽연합 공용 CBDC인 디지털 유로 발행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최근,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유럽 중앙은행 총재는 디지털 유로화 사용이 현실로 다가오기까지 최소 4년이 걸릴 전망이라고 밝혔다.
유럽 국가 중, 디지털 화폐 개발을 적극적으로 옹호한 스웨덴도 CBDC 발행 계획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듯하다. 2017년, 스웨덴 중앙은행은 현금의 중요성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e-크로나(e-krona) 발행 가능성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이후, 블록체인 소프트웨어 개발사 R3의 코다(Corda) 기술과 휴대폰에 설치된 디지털 지갑을 기반으로 e-크로나를 여러 차례 시범 사용했다. 그러나 여러 차례의 시험과는 달리 스웨덴 중앙은행은 이번 달에 발간된 자체 보고서를 통해 "지금까지 e-크로나 정식 발행 여부 및 e-크로나 설계 방식, 이에 사용할 기술 등 정해진 바는 아무것도 없다"라고 밝혔다.
CBDC 발행 측면에서 가장 앞선 국가는?
PwC는 CBDC 글로벌 인덱스와 함께 세계적으로 CBDC 발행 및 사용 수준이 가장 발전한 국가를 발표했다. 1위는 앞서 언급한 바하마였으며, 지난해 말에 CBDC 발행을 시작한 캄보디아가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은행 추산 결과, 캄보디아 성인 중 22%만이 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이다.
그리고, PwC는 우크라이나와 우루과이, 에콰도르, 터키 등도 CBDC 개발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앞선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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