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상황이 1년 넘게 지속되며 원격 근무 환경이 정착되자 실시간 화상회의 진행 프로그램인 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장시간으로 이어지는 원격 회의와 줌 프로그램 사용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에 맞서 프로그래밍 역량을 사용해 재치 있게 돌파하고자 한 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화상회의 방해 프로그램인 '줌 이스케이퍼'의 창시자인 샘 라빈도 이 중 한 명이다.

줌 이스케이퍼는 웹 위젯으로 프로그램에 배포된 여러 가지 가짜 음성을 줌 회의에 송출하여 타 멤버들이 자발적으로 사용자에게 퇴장을 권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줌 이스케이퍼에 접속 후 무료 오디오 소프트웨어인 VB Audio를 설치하면,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노이즈 오디오를 줌 회의에 전파하여 회의 참여자를 괴롭힐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현재 8가지 오디오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오디오 접속 불량 노이즈, 에코 및 하울링 노이즈, 바람 소리 잡음 등이 있다. 사용자는 줌 회의에 이와 같은 노이즈를 송출해 마이크 상태가 불량임을 호소하며 핑계를 대고, 이름 그대로 줌 회의에서 '탈출'할 수 있다.

줌 이스케이퍼는 이외에도 다소 엉뚱한 오디오 파일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공사장 소음, 아기 울음 소리, 개 짖는 소리, 흐느끼는 소리, 심지어는 소변을 보는 소리까지 프로그램에 업로드 되었다.
이와 같은 불쾌한 소음을 줌으로 송출하여, 다른 회의 참가자가 자발적으로 사용자에게 마이크를 끄거나 잠시 회의를 종료하고 상황을 해결하고 오라며 권고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는 심산이다. 이외에도 기타 소음을 사용자가 직접 녹음하거나 추출해서 프로그램에 업로드하여 사용할 수 있다.

이틀 전, 프로그램 개발자인 샘 라빈의 채널에 줌 이스케이퍼의 튜토리얼 영상이 업로드되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해외 매체 보도를 통해 빠르게 입소문이 퍼지며, 튜토리얼 영상은 벌써 1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댓글에서는 프로그램의 참신함을 칭찬하면서, 다른 소음도 추가해 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지에 공개된 개발자 샘 라빈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샘 라빈은 자신의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이 줌에서 탈출하고 업무량을 줄일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밝혔다. 엉뚱한 발상일 수도 있으나 길어지는 코로나 시국과 계속되는 원격 근무 환경에 지친 현대인들의 피로감을 대변해주는 프로그램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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