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작업 본격화” 여론 들끓지만 직책도 역할도 없어 의문
㈜신영 측 “정 이사, 아직 실무 배우는 중…승계 시기상조”
![]() |
▲정춘보 회장(작은 사진)의 신영이 신영플러스를 흡수 합병하면서 승계작업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사진=신영그룹 홈페이지 갈무리 |
[CWN 최한결 기자] ‘1세대 부동산 디벨로퍼’ 신영이 신영플러스 흡수합병 초읽기에 들어갔다. 신영플러스는 정춘보 신영그룹 회장의 아들인 정무경 이사가 지분 48%를 보유한 곳인데, 일각에서는 신영의 신영플러스 인수 결정은 이렇다 할 경영활동조차 없었던 정 이사를 중심으로 한 ‘승계구도 굳히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신영그룹 내 신영과 신영플러스는 최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 양사 합병 기일은 오는 5월 1일이다. 합병비율은 신영과 신영플러스가 1대 0.4480567로 산정됐으며 합병 절차를 마치면 신영플러스 주주가 신주 21만6411주를 교부받을 예정이다.
정춘보 신영그룹 회장은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이 중 외아들인 정 이사는 신영플러스와 신영대농개발 사내이사를 맡고 있으며 두 딸(정민경·정신재 씨)는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을 통해 발행되는 신주는 21만6411주로 정 이사의 지분율은 기존 1.48%에서 13.85%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신영플러스 지분은 정 이사 48%, 정 회장 21%, 신영 31%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이 중 신영이 보유했던 신영플러스 주식은 자사주가 된다. 해당 자사주의 향방에 따라 정 이사의 지분율은 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지난 2021년 경영 전면에서 손을 뗀 상황이어서 정 이사의 이번 지분율 확보는 본격적으로 경영권을 물려받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런데 정작 정 이사는 신영 내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다는 게 문제다. 한마디로 비승비속(非僧非俗), 즉 어중간한 포지셔닝으로 그룹 내 ‘본진’에 입성하는 셈이다.
신영 관계자는 CWN에 “정 이사는 주주로서의 위치만 있을뿐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지 않다. 추후에도 신영 내 활동은 딱히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는 정 이사가 지금까지 경영실적을 인정받은 것이 없는 데다 향후 역할론 역시 불투명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정 이사는 1992년생으로 30대 초반이다. 경영 일선에 나서기에는 젊은 나이임에는 분명하다. 이조차도 신영 측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해당 관계자는 “아직 실무를 배우고 있는 입장이라서 승계구도 진행 자체가 여러모로 시기상조인 상황”이라며 “합병 후 정 이사의 지분율 13%대로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나 비중이 그리 큰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위치도, 역할도 불분명한 정 이사를 앞으로도 공개석상에서 볼 일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는 사이 신영의 경영권은 정 회장에서 정 이사로 소리소문없이 이전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한편 신영그룹은 지난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공시대상기업으로 지정됐다. 엠디엠에 이어 디벨로퍼로는 두 번째로 대기업군 반열에 오른 것이다. 이렇게 커진 덩치에 걸맞는 경영활동 및 승계 행보를 보여줄 때라는 의견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아닐까.
CWN 최한결 기자
hanbest0615@cwn.kr
[저작권자ⓒ CWN(CHANGE WITH NEWS).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