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사진 협회(World Photography Organisation)가 제작하고, 소니가 후원하는 연례 사진 업계 행사인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 2023(Sony World Photography Award 2023)에서 수상자가 상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BBC, 더 텔레그래프 등 복수 외신은 올해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 수상자로 선정된 독일 아티스트 보리스 엘다그센(Boris Eldagsen)이 자신이 출품한 사진이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사진이라고 밝히며, 수상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엘다그센은 개인 웹사이트를 통해 “AI 이미지가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와 같은 대회에 참가할 준비가 되었는지 알아보려 재미 삼아 AI로 생성한 사진을 제출했다. 하지만 AI 이미지가 실제로 대회에서 수상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전문 사진가 세계에서 AI 이미지와 관련하여 공개 토론이 필요하다. 사진이라고 인정할 대상과 사진으로 인정하지 않을 대상을 주제로 논의해야 한다. 사진이라는 범주가 AI 이미지의 진입을 허용할 수 있는가 고려해야 한다. 이번 수상 거부를 계기로 AI 이미지를 사진으로 인정해야 하는지 활발한 논쟁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AI 이미지가 사진 대회에서 경쟁해서는 안 된다. AI 생성 이미지는 인간이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은 다르다”라는 견해를 밝히며, 수상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 2023를 주관한 세계 사진 협회는 엘다그센이 수상자로 발표되기 전, AI를 사용한 이미지의 '공동 제작' 사실을 알렸다고 발표했다.
BBC는 AI로 생성한 사진이 대회에서 인간을 제치고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해 9월, 미국에서 진행된 어느 한 예술 대회에서 AI 생성 이미지가 우승하자 AI 이미지의 수상 자격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다수 사진가와 아티스트는 이전에는 AI 이미지의 결점을 찾아낼 수 있었으나 이제는 AI 생성 이미지의 결점을 찾기 더 어려워지는 추세라고 말한다.
또, 지난달, 사진작가 협회(Association of Photographers) 회장인 팀 플라흐(Tim Flach)는 인간이 직접 우리에 들어가 촬영한 호랑이 사진과 비슷한 이미지를 AI가 손쉽게 생성할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받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AI가 사진작가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을 우려한다.
반대로 AI를 새로운 예술 범주이자 또 다른 보조 수단일뿐이라고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한편, 또 다른 사진작가인 페로즈 칸(Feroz Khan)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엘다그센을 비롯한 다른 아티스트가 대회에 AI 이미지를 제출하는 것을 비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AI 생성 이미지와 실제 인간이 촬영한 사진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조만간 철저한 검증이 없다면, AI 이미지와 인간이 직접 촬영한 사진을 구분할 수 없을 것이다”라며, “엘다그센은 대회 주최 측에 AI 이미지라는 별도의 수상 카테고리를 원한다고 밝혔다. 사진 대회에서 인간이 촬영한 사진과 AI 이미지를 구분하고자 한 점에서 엘다그센에게 감사함을 표하고자 한다. 엘다그센은 AI 이미지를 제출하여 누군가를 속이려는 의도가 없었다. 엘다그센은 이번 대회를 통해 AI 이미지와 관련하여 더 많은 이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을 강조했다”라는 견해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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