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는 오래전부터 페이스북과 트위터, 구글 등 서양 테크 플랫폼을 검열하면서 정부 주도 거짓 선동 광고 유포 중심지로 활용해왔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더 고립되자 러시아의 인터넷 공간 고립과 검열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유력 방송사 CNN이 보도한 바와 같이 러시아는 자국 국영 언론 차별이라는 이유로 페이스북을 차단했다. 또, 러시아 현지 언론 규제 기관인 로스콤나조르(Rozkomnadzor)는 구글에 거짓 정보 감시 압력을 행사하고, 트위터도 차단했다. 또, 서양의 다른 여러 인터넷 서비스가 러시아 사업을 줄지어 중단하면서 러시아 인터넷의 서양 세계와의 고립이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 일각에서는 서양 플랫폼 차단과 검열 강화와 함께 러시아 인터넷이 중국 인터넷과 비슷한 환경으로 변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실제로 ‘디지털 철의 장벽’이라고 불리는 러시아가 최근 강도를 높인 서양 인터넷 서비스 탄압 행위는 여러모로 중국의 만리방화벽을 이용한 서양 플랫폼 규제 강화 행위와 비슷하다. 다만, 러시아의 독자적 디지털 생태계 유지 능력을 중심으로 중국의 검열 행위와 몇 가지 주된 차이점을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중국은 수십 년 동안 서양 테크 플랫폼 대부분을 차단할 강력한 검열 능력을 확보해왔다. 반면, 러시아는 최근 발발한 전쟁 이후로 급격히 정부 차원의 서양 테크 플랫폼 차단 수준과 검열 강도를 높이는 추세이다.
하지만 러시아가 중국만큼 서양 테크 기업 서비스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혹은 중국의 만리방화벽 만큼 완벽한 서양 플랫폼 차단 능력을 갖출 수 있는지 많은 이들이 의문을 제기한다.
유라시아 그룹 지리 기술 국장 샤오멍 루(Xiaomeng Lu)는 “러시아와 중국 인터넷 검열 간 유일한 차이점은 중국의 기술적 능력이라고 본다. 중국의 만리방화벽은 매우 첨단화된 기술을 동원해 서양 서비스를 완벽히 차단한다. 그러나 러시아는 중국처럼 서양 플랫폼 차단 시스템을 오랫동안 구축하지 않았으며, 중국보다는 차단 수준이 낮은 편이다. 러시아가 종합적인 전면 차단을 원하더라도 기술적으로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서양 플랫폼 차단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로 그동안 러시아 사용자 대부분이 서양 인터넷 플랫폼 사용에 익숙해진 사실을 제시할 수 있다.
루 국장은 “푸틴 정부가 모든 서양 플랫폼을 100% 차단한다면, 정부를 향한 정치적 반발 여론이 커질 것이다. 이는 푸틴 정부가 오랫동안 우려한 부분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또, 러시아는 검색 엔진 얀덱스(Yandex)와 소셜 미디어 VK 등 서양 테크 플랫폼을 대체할 현지 서비스를 두고 있다. 그러나 루 국장은 서양 플랫폼을 대체할 러시아 서비스가 웨이보, 알리바바, 더우인 등 중국 서비스만큼 활성화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서양 서비스 대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최근 들어 러시아 사용자 사이에서 정부의 서양 플랫폼 차단 우회 서비스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앱 추적 플랫폼 센서타워(Sensor Tower)의 조사 결과, 지난 일주일간 러시아 내 인기 다운로드 앱 10개 중 5개가 VPN 앱이었다. 또, 가장 인기가 많은 VPN 건수가 1,300%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제시카 브랜트(Jessica Brandt) 브루킹즈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 인공지능 및 신흥기술 계획 정책국장은 러시아 정부가 서양 테크 플랫폼을 차단한다면, 러시아 정부가 아닌 러시아 국민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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