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LM 지원하는 첫 번째 AI 반도체 '마하-1' 연말 출시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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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사장. 그는 지난 20일 열린 제55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앞으로 2~3년 안에 반드시 반도체 세계 1위의 위치를 되찾겠다"고 말했다. 사진=삼성전자 |
[CWN 소미연 기자] "2024년은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지 50년이 되는 해다. 올해는 본격 회복을 알리는 재도약과 디바이스솔루션(DS)의 미래 반세기를 개막하는 상징의 해가 될 것이다. DS부문은 앞으로 2~3년 안에 반드시 세계 1위의 위치를 되찾겠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20일 열린 제5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업전략 발표를 통해 밝힌 각오다. 지난해 뼈아픈 실적을 남긴 데 대한 자기반성의 결과이기도 하다. DS부문은 지난해 14조87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반도체 공급사 매출 1위 왕좌까지 인텔에게 내줬다. 경 사장은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점검했다"며 인적·물적 자원 확대를 통한 차세대 기술 확보의 필요성과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메모리 분야에서 △12나노급 32Gb(기가비트) DDR5 D램 활용한 128GB(기가바이트) 대용량 모듈 개발 △12단 적층 고대역폭메모리(HBM) 기반의 HMB3, HBM3E 시장 경쟁력 확보 △D1c D램, 9세대 V낸드, HBM4 등 신공정 개발 계획을, 파운드리 분야에서 △GAA(게이트올어라운드) 3나노 공정의 모바일 AP 제품 양산 및 GAA 2나노 선단 공정 준비 △오토모티브, RF(Radio Frequency) 등 특수 공정 완성도 향상을 방침으로 내세웠다.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과감한 투자도 약속했다. 오는 2030년까지 기흥 R&D 단지에 2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경 사장은 "반도체연구소를 양적·질적 측면에서 두 배로 키우고, 연구 인력과 R&D 웨이퍼 투입을 지속적으로 늘려 양산 제품에 빠르게 적용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망은 밝다. 업계에선 △HBM3E 제품에 대한 엔비디아의 승인 △AI(인공지능) 추론칩 '마하(Mach)-1' 개발 △미국 정부 반도체 지원금 지급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HBM3E는 AI 서버용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HBM의 5세대 제품으로 연내 상용화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제품은 24Gb D램 칩을 실리콘 관통 전극(TSV) 기술로 12단까지 적층해 업계 최대 용량인 36GB 용량을 구현했다. 제품 실물은 엔비디아 주최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4' 행사에서 처음 공개됐다. 이 자리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다녀가며 더욱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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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미국 현지에서 열린 'GTC 2024' 내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HBM3E에 친필 서명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 SNS |
한진만 DS부문 미주총괄 부사장에 따르면 황 CEO는 부스에 전시된 삼성전자 HBM3E 제품에 '젠슨이 승인하다(Jensen Approved)'라고 적은 뒤 서명을 남겼다. '승인'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품질 테스트 통과라기보다 제품에 대한 기대감으로 해석된다. 앞서 황 CEO는 글로벌 미디어 행사에서 "삼성 제품을 현재 테스트하고 있다. 기대가 크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3E 납품 가능성이 커지면서 HBM 공급망 역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시장을 독점해온 SK하이닉스와 한층 더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마하-1은 삼성전자의 비밀병기로 통한다. HBM 위주의 AI 반도체 메모리 시장에서 SK하이닉스를 견제하고, 엔비디아의 아성을 깰 범용인공지능(AGI) 반도체 솔루션으로 알려졌다. 경 사장은 주총장에서 마하-1 개발 소식을 깜짝 공개하며 "현재 프로그래머블칩(FPGA)으로 기술 검증이 끝나 시스템온칩(SoC) 디자인을 하고 있다. 연말에 칩을 만들어 내년 초에 자사 칩으로 이뤄진 AI 시스템을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마하-1은 메모리와 그래픽처리장치(GPU)와의 병목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구조로, HBM 대신 저전력 메모리를 활용해도 대규모언어모델(LLM) 추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메모리 처리량을 8분의 1로 줄이고, 8배의 파워 효율을 갖는 게 삼성전자의 목표다. 앞서 삼성전자는 국내와 미국 현지에 자사 반도체 AGI 컴퓨팅랩을 신설해 AI 아키텍처(프로세서 작동방식) 혁신을 추진해왔다.
미국 정부의 지원금 지급도 기대 요소다. 경 사장은 미 상무부에서 주최하는 반도체 지원금 발표 행사 참석을 위해 지난 24일 출장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는 오는 28일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받게 될 지원금은 최소 60억달러(약 8조원) 이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는 2021년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신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한 이후 이듬해 추가 투자 방침을 텍사스주에 전했다. 2034년부터 공장 11개를 짓겠다는 내용의 중장기 계획이다.
CWN 소미연 기자
pink2542@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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