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공개매수 중지 가처분 소송 결과 및 주총 표대결 이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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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권 방어에 관한 방안을 설명했다. 사진=뉴시스 |
[CWN 소미연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분수령을 맞았다. 경영권 인수를 위해 지분 매입에 나섰던 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연합이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5.34%(110만5163주)를 확보하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기존 지분율(33.1%)을 더하면 총 38.4%를 넘어서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지분(약 34%)을 앞서게 된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판세를 뒤집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영풍·MBK 연합의 공격에 맞선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오는 23일까지 진행되지만, 자사주를 사들일수록 영풍·MBK 연합의 의결권이 더 커진다.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불리해진다는 얘기다. 자사주를 우호 세력에 넘기는 방식으로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지만, 소각을 약속한 만큼 지분 교환은 불가능하다.
MBK 측은 공개매수를 완료한 지난 14일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서, 고려아연에 대한 경영지배를 공고히하고 투명한 기업 거버넌스 확립을 통해 고려아연의 지속 성장 발전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노력의 첫 걸음으로, 우선 '고려아연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중단되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존에 진행 중이던 소송 절차를 통한 구제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한다는 게 영풍·MBK 연합의 설명이다.
고려아연은 국가기간산업을 지켜낸다는 일념으로 필사의 대응을 각오했다. 회사 측은 15일 "고려아연은 지난 주총을 비롯해 지금까지 많은 제3의 주주들의 지지와 성원을 받아 회사를 발전시키고 '트로이카 드라이브' 등 미래성장동력을 키워왔다"며 "비철금속 세계 1위에서 친환경에너지 소재기업으로 더 큰 세계 1위로 고려아연을 키워내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주주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고려아연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셈이다.
향후 변수는 양측의 소송전과 주총 표대결이다.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풍이 제기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중지 가처분 소송이 진행 중인데다, 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 끝나는 대로 영풍·MBK 연합 측이 임시 주총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결국 2차전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향방을 가늠할 소송 심문 기일은 오는 18일이다.
가처분 소송에서 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사주 공개매수 결의가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에 손상을 주는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회삿돈으로 실질가치보다 가격이 높게 형성된 주식을 취득한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앞서 제기한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소송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는 점에서 법원이 영풍의 손을 들어줄진 미지수다. 당시 법원은 영풍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최 회장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연이은 가처분 소송에 대해 "상당 부분 재탕"이라고 지적했다.
경영권 분쟁은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고려아연과 영풍·MBK 연합 측 모두 지분 과반을 미치지 못해 주총을 앞두고 의결권 다툼을 위한 우호 세력 확보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때문에 여론전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주총 표대결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국민연금(지분 7.83%)은 여론을 배제하기 어렵다.
고려아연 측은 "자본시장법상 이미 진행 중인 공개매수를 철회하기는 어렵다"며 자사주 공개매수 완주를 강조하는 한편 "자사주 공개매수 때 임의적립금을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알렸다. 고려아연은 영풍정밀의 경영권을 성공적으로 사수했다. 영풍·MBK 연합이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한 영풍정밀에 대해서도 공개매수에 나섰으나 확보한 주식 수가 830주에 불과했다. 고려아연 측은 "기습적·적대적 M&A로 공격했지만 저희는 회사를 지켜내는 해법을 찾아왔고, 그런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CWN 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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