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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지난 16일 첫 재판관 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심리 절차에 착수했다. 이른바 '포스트 탄핵' 정국 속에서 내년도 경영 계획을 수립해야 할 재계의 고심이 깊다. 사진=뉴시스 |
국내 주요 기업들이 내년도 경영 계획 수립을 앞두고 복잡해진 셈법에 어수선한 분위기다.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국내 정치적 혼란이 완화되고, 경제적 불확실성이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해외 고객·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는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탄핵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오기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이른바 '포스트 탄핵' 정국 여파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연말 대외 일정을 최소화하고,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 전략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만큼 우호적 관계 형성 및 정책 변화 가능성에 따른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걱정은 환율이다. 18일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1435.5원을 기록했다. 계엄 사태 전과 비교하면 약 36원이 뛰었다. 수출 비중이 크거나 원자재를 수입하는 업종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결국 기업들의 경영 기조는 올해보다 더 보수적인 방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재계 관계자는 "환율과 금융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기존에 계획했던 투자나 사업 계획 등을 다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4대 그룹은 전략 회의에 돌입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지난 17일부터 오는 19일까지 사흘간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한다. 가전과 모바일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17~18일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19일에 회의를 연다. 각각 한종희 DX부문장 부회장,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이 주재한다. 이재용 회장은 예년처럼 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는다. 추후 회의 내용과 사업별 전략을 보고 받은 뒤 중장기 방향성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경영진 회의를 열었다. 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 4일 오전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소집했다는 후문이다. 최태원 회장이 주재하는 경영진 회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최 회장은 그룹 3대 회의인 경영전략회의(6월), 이천포럼(9월), CEO세미나(10월)에 참석해 사업 점검 및 방향점을 제시해왔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12일 장재훈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주재로 글로벌 권역본부장회의를 열었다. 올해 사업 성과와 내년도 계획을 점검하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한 위기 극복 방안에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LG그룹도 사장단 협의회를 열었다. 사장단 협의회는 분기별로 진행되는데, 2025년 정기 임원 인사 이후 처음 열린 경영진 회의라는 점에서 이목이 쏠렸다. 예년대로라면 내년 사업 계획이 중요한 화두이지만, 이번에는 정치적 혼란에 따른 시장 전망과 해외 거래선 관리 방안 등 탄핵 정국 여파를 함께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회의는 구광모 회장이 직접 주재했고, 40여명의 CEO가 참석했다는 전언이다. 오는 20일엔 LG전자가 조주완 CEO 주관으로 전사 확대경영회의를 연다.
주요 경제단체들은 국정 안정화를 통한 경제 회복을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이 회장직을 겸임하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는 "경제와 민생의 어려움을 감안해 정국이 조속히 안정되고, 국정 공백이 최소화되도록 국회와 정부가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며 "기업들도 본연의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인협회도 "대외 신인도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길 바란다"면서 "지금은 민생 안정과 경제 회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CWN 소미연 기자
pink2542@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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