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사격' 최태원 회장 "흔들림 없이 기술 경쟁력 확보에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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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8월 5일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의 HBM 생산현장을 점검했다. 사진=SK |
[CWN 소미연 기자] SK하이닉스가 10일 창립 41주년을 맞았다. 1983년 첫발을 내딛은 이래 세계적인 종합 반도체 회사로 성장하기까지 LG반도체, 하이닉스반도체(현대전자-LG반도체 합병) 시절을 거치며 영욕의 세월을 이겨낸 결과다. 전환점은 당연 SK그룹 산하 SK텔레콤의 인수를 통한 재출발이다. 2012년 3월 현 상호로 간판을 새로 단 SK하이닉스는 현재 미래 시장으로 손꼽히는 HBM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며 그룹 효자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인수를 주도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최대 경영 성과이기도 하다.
SK하이닉스는 이날 "40년간의 끊임없는 노력과 혁신을 통해 글로벌 No.1 AI 메모리 컴퍼니로 도약했다. 기술력으로 일군 40년을 갈무리하고 새로운 1년을 달린 올해 1등 리더십을 공고히하며 '40+1 르네상스 원년'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HBM을 비롯해 PIM, CXL 등 첨단 공정과 패키징 기술이 집약된 AI 메모리 라인업 강화를 강조했다. ICT 기기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중심적인 역할로 환경을 조성하는 '메모리 센트릭(Memory Centric)'이 회사 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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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개발 현황. 사진=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는 AI 흐름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고대역폭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전달하는 'HBM(High Bandwidth Memory)' 개발에 집중하며 내실을 다졌다. 특히 HBM2E를 통해 시장 주도권을 잡고 영향력을 확장했으며, AI 및 고성능 컴퓨팅(HPC)에 최적화된 HBM3로 큰 주목을 받았다. 무엇보다 엔비디아에 메모리를 공급하며 AI 및 데이터센터 시장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이 무렵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점유율 50%를 달성했다.
AI 메모리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위상은 현재진행형이다. 2023년 최고 성능의 'HBM3E(5세대)'를 개발했으며, 올해부터 글로벌 탑 IT 기업에 제품 공급을 시작했다. 초당 1.2TB(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이 제품으로 글로벌 No.1로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다졌다. 15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축적한 기술력과 이에 대한 전 구성원의 믿음, 미래를 내다보는 전략적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전략적 행보는 계속된다. 지난 8월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본사인 이천캠퍼스를 찾아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등 주요 경영진과 함께 HBM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AI 메모리 사업을 점검했다. 당시 최 회장은 "AI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어려울 때 일수록 흔들림 없이 기술 경쟁력 확보에 매진하고, 차세대 제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내년 HBM4(6세대) 조기 상용화로 AI 반도체 리더십을 지키며 국가 경제에 기여해 나가야 한다는 게 최 회장의 각오다.
앞서 SK그룹의 반도체 사업은 최 회장의 뚝심으로 시작됐다. 인수 당시 내부 임원진의 반대에 부딪히자 "인수 가격은 중요하지 않고, 인수 후의 기업가치가 중요하다"며 직접 설득에 나섰던 그다. 연간 2000억원이 넘는 적자로 우려를 샀던 SK하이닉스는 인수 5년 만에 그룹 내 최대 성장 동력으로 성장했다. 불안정한 업황 속에서도 올해 상반기 매출액 28조8529억원, 영업이익 8조3546억원을 달성했다. 재계에선 SK그룹이 반도체 사업을 기반으로 내수(內需)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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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메모리 라인업. 사진=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는 HBM을 넘어 지능형 메모리 반도체인 PIM(Processing-in-Memory)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연산용 프로세서를 집적한 PIM은 AI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를 생성·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SK하이닉스는 자사 PIM 제품인 'GDDR6-AiM(Accelerator-in-Memory)'을 이미 출시한 바, 이 제품 여러 개를 연결해 성능을 높인 가속기 카드 'AiMX(AiM based Accelerator)'도 지난해 선보였다. 올해는 용량을 2배 늘린 AiMX 32GB 제품을 공개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CXL(Compute eXpress Link)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CXL은 CPU, 메모리 등 장치별로 다른 인터페이스를 통합하는 기술이다. 이를 활용하면 메모리 대역폭과 용량을 쉽게 확장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5월 DDR5 대비 50% 넓은 대역폭, 100% 늘어난 용량을 제공하는 'CMM(CXL Memory Module)-DDR5'를 선보였다. 이어 9월에는 CXL 최적화 소프트웨어인 'HMSDK'의 주요 기능을 오픈소스 운영체제 리눅스(Linux)에 탑재해 CXL 기술 활용의 표준(Standard)을 정립했다.
뿐만 아니다. AI 서버 및 데이터 센터용 초고속·고용량 eSSD를 개발하는 데 힘쓰고 있다. 솔리다임과 합작해 개발한 '60TB QLC(Quad Level Cell) eSSD'가 대표적 사례다. 이 제품은 셀당 4bit(비트)를 저장하면서 전력 소모가 적은 것이 특징이다. 이 외에도 내년 출시를 목표로 300TB 용량의 eSSD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온디바이스 AI에 대응하기 위한 라인업도 탄탄하다. SK하이닉스는 AI 스마트폰의 성능을 높여줄 저전력 D램 'LPDDR5X'를 2022년 11월 출시한 데 이어 이듬해 1월 업그레이드 버전인 'LPDDR5T'를 선보였다. 같은 해 11월에는 LPDDR5X를 모듈화한 'LPCAMM2'를 공개했다. LPCAMM2는 AI 데스크톱 및 노트북에서 탁월한 성능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는 AI PC용 고성능 cSSD인 'PCB01', AI용 모바일 낸드 솔루션 'ZUFS(Zoned UFS) 4.0'의 개발을 마쳤다.
SK하이닉스는 "다변화된 AI 서비스에 발맞춰 각 고객에 최적화된 맞춤형(Custom) AI 메모리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고, 혁신 소자 기반의 차세대 이머징 메모리 또한 개발 중이다"면서 "보다 앞선 기술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 미래 시장에서의 우위도 확보하겠다는 게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CWN 소미연 기자
pink2542@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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