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보고 판단 '누가, 왜' 했는지 진상규명 목소리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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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CWN |
[CWN 김보람 기자]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로 시끄러운 우리금융이 금융감독원(금감원) 미보고 논란에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금융은 관련 법과 규정에 근거해 보고 의무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판단을 누가 했는 지에 따라 이번 금감원 패싱 논란 사태 양상도 달라질 전망이다.
금융감독당국과 정치권에서는 부당 대출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보고가 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 실무부서 판단인지, 회장 판단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22일부터 우리은행에 대한 추가 현장검사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검찰(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은 지난달 27~28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과 선릉금융센터 등 사무실 8곳 및 사건 관련자 주거지 4곳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앞서 우리은행은 2020년 4월3일에서 올해 1월16일까지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법인이나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616억원(42건) 규모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350억원(28건)이 대출 서류 진위 확인을 누락했거나, 담보·보증 평가 부적정, 대출금 용도 외 유용 등 부정 대출로 드러났다.
이번 추가 검사 및 압수수색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손 전 회장 특혜성 부당대출 혐의는 물론,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부당대출 정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지만, 은폐할 목적으로 금감원 보고를 고의로 누락했냐는 점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3일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 67조 규정에 근거해 심사 소홀 외 뚜렷한 불법행위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금융사고 등과 관련한) 금감원 보고에 대해서는 담당부서에서 검토해 보고하는 만큼, 이번 건 역시 그렇게(통상적인 수준에서) 진행됐다"고 말했다. 사실상 실무부서에서 전 회장과 관련한 부실 대출 등에 대해 '금융사고가 아니어서 보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우리은행과 지주 경영진은 실무부서 판단을 수용한 것일 뿐 '의도적인 감추기'는 아니란 의미다.
하지만 금감원 판단은 전혀 다르다. 금감원은 애초 임 회장과 조 행장이 지난해 하반기 손 전 회장 부당대출 관련 '금융사고'로 인지했음에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일반적인 부실 대출이라면 금융사고가 아니지만, 전(前) 회장과 연관된 부실·부당 대출인 만큼 즉시 보고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임 회장과 조 행장이 부당 대출 사태를 파악하고 있었지만, 당국에 보고하지 않고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우리은행 부당대출 사태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른 형국이다.
A금융지주 감사부서 출신 관계자는 "부당 및 부실 대출이 많은 만큼 모든 사고를 금감원에 신고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보고 의무 판단을 금감원이 했고 금감원에서 우리은행이 보고하지 않은 사실을 중하게 보고 있다는 점에서 실무 부서에서 애초 잘못된 판단을 한 건지, 아니면 우리은행과 그룹 경영진이 이를 소홀히 여긴 것인지 살펴야 하고, 결과에 따라 파장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 미보고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600억원이면 적은 액수가 아니고 전직 회장과 관련이 없더라도 금감원에 일단 보고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전 회장과 연관된 사안인 만큼 우리은행에서도 실무 부서에서는 (금감원에) 보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지 않았을까 추측한다"고 덧붙였다.
이렇다 보니 이번 금감원 패싱 사태와 관련한 쟁점 중 하나로 △실무부서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보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해 이를 우리은행과 지주 경영진이 이를 그대로 따른 것인지 △실무부서에서 보고에 대해 의견을 냈지만 우리은행과 그룹 경영진이 묵살한 것인지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미보고와 관련해 경영진의 의도적인 감추기가 있었다면, 이는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위반에 해당해 최고책임자에 대한 제재도 가능하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실무진이 부당대출 사태에 대해 경영진에 보고하면서 '금감원 보고의무는 없다'고 알렸고, 경영진이 그대로 따랐는지는 조사 결과가 나와야 확실하게 알겠지만, 우선 전 회장과 관련한 대규모 부당대출 사태에 대해 담당자 징계까지 이뤄진 상황에서 실무진이 이와 관련한 보고를 누락했다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은 경영자 책임을 직원이 지는 꼬리자르기식 은폐 시도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들여다보고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감원은 다음 달 초 우리은행과 우리금융그룹에 대한 정기검사에 돌입한다. 우리금융에 대한 금감원 정기검사는 2021년 이후 약 3년 만이다.
CWN 김보람 기자
qhfka7187@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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