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감위 "이재용 등기임원 복귀 필요"…책임경영 무게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회계부정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CWN 소미연 기자] 삼성전자가 고전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대표되는 AI 메모리 주도권을 경쟁사에 내주면서 30년 넘게 유지해 온 D램 분야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이 같은 위기론은 숫자로 표면화됐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9조1000억원)이 컨센서스(10조4000억원)에 약 15% 못 미쳤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가 역대 최장을 기록하며 주가를 떨어뜨렸다.
삼성전자는 17일 장중 5만원대를 이어갔다. 국내 증시의 '큰손'인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 행진이 계속되면서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3일부터 이달 16일까지 26거래일 연속 삼성전자 주식을 팔았다. 그동안 순매도 규모는 11조1300억원에 달했고, 삼성전자 주가는 17.93%(7만2500원→5만9500원) 하락했다.
현재 위기를 초래한 주요 원인은 HBM 사업 경쟁력에 대한 불확실성이라는데 업계 이견이 없다. 특히 2019년 HBM 연구팀 해체와 함께 사업을 철수한 것이 뼈아픈 실책으로 지적된다. 당시 삼성전자는 HBM이 고가이기 때문에 시장 수요와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HBM에 올인한 SK하이닉스와 상반된 행보였다. 현재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성장에 따른 최대 수혜 기업으로 손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HBM 개발팀을 신설했다.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엔비디아 퀄테스트를 둘러싼 해석이 그 일례다. 삼성전자는 HBM3E(5세대)를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위한 퀄테스트(품질 검증)를 1년 넘게 진행하고 있다. 당초 올 3분기 중 테스트 통과가 예상됐지만, 지금은 연내 통과도 힘들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관측이다. 경쟁사에선 이미 엔비디아에 제품을 납품 중인 만큼 기술력 논란을 부를 수 있는 이슈다. 초격차 전략을 앞세운 삼성전자로선 체면을 구긴 것과 다름없다.
반면 삼성전자의 기회이기도 하다. 시간상의 문제일뿐 결국 엔비디아 허들을 넘게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엔비디아에게도 삼성전자의 공급망 편입이 유리하게 작용되기 때문이다. 기존 거래처인 SK하이닉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가격 협상력을 높이는 동시에 안정적 제품 수급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납품을 본격 시작하면 HBM 시장 판세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호재도 나왔다. 엔비디아 대항마로 불리는 AMD에서 최근 차세대 AI 가속기 'MI325X'를 공개했다. 연말 양산을 시작해 내년 초 출하 예정이다. 뿐만 아니다. 'MI350', 'MI400' 등 후속 모델도 2025년, 2026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AMD가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수록 삼성전자도 반등의 힘을 키울 수 있다. 삼성전자는 AMD와 오랜 협력 관계로, 현재 HBM3E를 납품하고 있다. AMD의 성장이 삼성전자의 새로운 활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실질적인 위기 극복 방안은 필요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업 거버넌스(관리 체계, 의사결정구조)의 재정립을 첫손에 꼽는다. HBM을 차세대 먹거리로 예상하지 못한 전략 부재는 의사결정 체계에서 반도체 전문가가 빠진 결과라는 지적에서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선 내부 카르텔을 깨는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때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삼성전자와 계열사 준법경영을 관리·감독하는 독립 감시기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의 의견도 다르지 않다. 이찬희 준감위원장은 지난 15일 발간된 '2023년 연간보고서' 발간사를 통해 △경영 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컨트롤타워 재건 △조직 내 원활한 소통에 방해가 되는 장막의 제거 △최고경영자의 등기임원 복귀 등 책임경영 실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요약하면,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현재 미등기 임원인 이 회장을 등기임원으로 복귀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경제계도 이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위기론은 결국 한국 경제의 위기론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위기 극복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삼성 저격수'를 자처하는 박용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생애 첫 주식으로 삼성전자를 샀다. 감시와 비판의 역할을 이어가면서도 대한민국 대표 기업을 응원하겠다는 마음에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한국 전체 수출액(약 830조원) 가운데 약 18%(약 150조원)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CWN 소미연 기자
pink2542@cwn.kr
[저작권자ⓒ CWN(CHANGE WITH NEWS).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