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한 절차 따라 완료"…적대적 M&A 저지 굳은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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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권 방어에 관한 방안을 설명했다. 사진=뉴시스 |
[CWN 소미연 기자] 고려아연이 승부수를 던졌다. 11일 이사회를 개최해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상향했다. 자사주 매입 수량도 기존 전체 발행 주식의 약 15.5%(320만9009주)에서 약 17.5%(362만3075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필요 자금 규모도 약 2조6635억원에서 약 3조2245억원으로 늘어났다. 자금 부담이 커졌지만, 그만큼 경영권 방어를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는 의미다.
앞서 고려아연은 최대주주인 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연합전선에 맞서 지분 확보에 힘써왔다.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위해 주당 66만원→75만원→83만원으로 공개매수가를 올려오다 지난 9일 가격 경쟁 중단을 선언했다. 현재 적정가치 대비 충분히 높은 가격으로, 추가적인 가격 인상은 고려아연의 재무구조에 부담을 주게 돼 기업가치·주주가치를 떨어뜨린다는 게 MBK 측 설명이었다.
고려아연으로선 공개매수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영풍·MBK 연합 측과 동일한 가격으로는 지분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합 측 공개매수가 먼저 종료되는데다 세금이 상대적으로 적다. 결국 '가격 메리트'를 부여해 주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고려아연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가 인상을 밝힌 11일은 기간 연장 없이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고려아연 측은 "자사의 성장성 및 장기적 기업가치를 고려했다"면서 "시장상황과 금융당국의 우려를 경청하고 이사회에서 거듭된 고민과 토론 끝에 공개매수가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영풍·MBK 연합 측의 적대적 M&A를 저지하기 위해선 가격 인상이 유일한 방안이라는데 중지가 모아진 것. 향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자사주 공개매수를 성공적으로 완료해 나갈 계획이라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경영권 확립을 통해 제련업 등 국가기간산업과 반도체 및 이차전지소재 등 국가미래전략산업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장기적인 성장을 이어나갈 수 있는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장기적인 비전과 투자로 초우량 기업으로서 기업가치를 더욱 높여갈 방침이다. 고려아연은 글로벌 비철금속 1위를 넘어 '트로이카 드라이브' 등 신사업 전략을 통해 100년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이번 사태 이전에 천명한 바 있다.
고려아연 측은 "공개매수 가격과 최대 매입 물량을 확대하면서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유통 물량 등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주들이 안심하고 편리하게 청약에 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한 주까지 책임지겠다는 게 회사 측 각오다. 이후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과 물량이 상향됐지만 기간은 기존대로 오는 23일로 유지된다. 고려아연은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에서 취득한 주식 전량을 소각할 예정이다.
CWN 소미연 기자
pink2542@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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