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포트폴리오 확대, 신규 공급망 구축 등 묘책 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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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 관람객들이 북적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
[CWN 소미연 기자] 국내 배터리 3사가 실적 부진에 빠졌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이 길어지면서 2분기에도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각각 1953억원, 280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모두 전년 동기 대비 57.6%, 3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SK온은 46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보조금을 제외하면 LG에너지솔루션도 사실상 적자(-2525억원)다. 보조금을 제외하고도 흑자를 지킨 배터리사는 삼성SDI가 유일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예상보다 전기차 수요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하반기도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업계 주요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모델 사업 부진으로 판매량 예상치를 하향 조정하고 신차 출시 일정을 연기하는 등 고전하는 모습이다. 결국 배터리사도 투자 속도 조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 대선 결과가 변수로 부상하면서 사업 전반의 전략 검토가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배터리 산업의 고성장 전망은 변함이 없었다. 탄소중립 친환경 정책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점에서 전기차 보급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장기 관점에서 보면 수요 회복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따라서 지금의 실적 부진은 '성장통'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캐즘 돌파구를 내부에서 찾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투자 속도 조절 이외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 선행 기술 확보로 내실을 강화하는 한편 신규 공급망 구축, 주요국 관계사와 공동 대응 마련 등 묘책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각형 배터리 개발에 일제히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각형 배터리를 공급하던 회사는 삼성SDI뿐이었으나, 유럽을 비롯해 시장 수요가 늘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도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는 전언이다. 손미카엘 삼성SDI 중대형전지 전략마케팅실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 시장에서 각형 배터리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실제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들의 협력 요청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각형 배터리는 외부 충격에 강하고 내구성이 좋다. 특히 파우치형에 비해 공정이 단순하고 생산 단가가 낮아 양산에 유리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무겁고 에너지밀도가 떨어져 주행거리가 짧다. 단점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주목하는 것은 역시 가격 경쟁력과 안정성 때문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0년대 생산을 중단한 만큼 이미 기술력은 갖춘 상태이고, SK온은 지난해 초 기술 개발을 완료해 양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기존 공격적인 투자에서 한발 물러났다. 시장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삼성SDI는 투자 기조를 유지했다. 경쟁사에서 설비 투자를 축소하거나 공장 가동 시점을 늦추는 것과 달리 연내 헝가리 공장 증설을 완료하고, 스텔란티스와 짓고 있는 미국 합작 공장 양산 시점을 내년 1분기에서 올해 4분기로 앞당겼다. 뿐만 아니다. 지름 46㎜(46파이)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 양산 시기를 1년 앞당겨 내년 초 공급 채비를 마칠 계획이다. 2027년 양산 목표인 전고체 배터리는 고객사에 샘플을 넘겨 테스트 중이다.
CWN 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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