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간 금융계약 체결 기한 임박, 정부 지원 속도에 답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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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폴란드에서 열린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 전시장 입구에 전시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다연장로켓 천무.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
[CWN 소미연 기자] 한화그룹의 방산·우주·항공 사업을 담당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 군비청과 협력을 이어간다. 다연장로켓(MLRS) 천무 72대 발사대와 사거리 80㎞, 290㎞급 유도탄을 추가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022년 11월 1차 실행계약(천무 218대·35억달러)에 이은 2차 실행계약으로, 폴란드 군비청에 천무 총 290대를 공급하기로 한 기본계약을 완성했다. 이로써 한화에어로는 천무로만 7조원 이상의 수주 잔고를 확보하게 됐다. 이번 계약 규모는 약 2조2526억원(16억4400만달러)이다.
안팎의 기대는 크다. 손재일 한화에어로 대표의 말처럼 "폴란드 신정부 출범 이후 체결한 첫 번째 계약으로 방산 협력을 위한 신뢰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추가 계약 가능성도 커졌다. 한화에어로는 천무 외 K9 자주포 672문 공급 계약도 진행 중이다. 현재 1, 2차 계약을 포함해 확정된 물량은 364문으로, 남은 물량(308문)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인적분할로 방산 사업 구조 재편을 마무리지은 한화에어로는 수주전에 본격 뛰어들 전망이다. 방산 분야를 맡고 있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전력 질주가 관전 포인트다.
변수는 방산 수출을 지원할 정부의 '금융 실탄'이다. 방산 계약은 정부 간 계약(G2G) 성격이 짙다. 수출 규모가 큰 만큼 수출국에서 저리의 정책 금융·보증·보험을 지원하는 게 관례다. 이번 천무 추가 계약을 위해 한국을 찾은 폴란드 방한단에 군비청 외 폴란드개발은행 부행장이 포함된 이유다. 마르타 포스툴라 부행장은 지난 23일 한국무역보험공사, 24일 한국수출입은행을 방문해 한국 정부의 금융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정부의 확답이 지연될 경우 계약 이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한화에어로와 폴란드 군비청 간 계약은 조건부다. 오는 11월까지 양국 금융당국 간 별도의 금융계약이 체결돼야 발효된다. 앞서 계약한 K9 152문도 마찬가지다. 금융계약 체결 기한이 오는 6월까지인데, 당국 간 테이블이 아직 마련되지 못했다. 수은의 법정 자본금 15조원 중 98.5%가 소진돼 금융지원 여력이 없는 탓이다. 대안으로 시중은행들을 통한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을 제시했지만, 폴란드 정부는 당국 차원의 금융 계약을 여전히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에어로가 대규모 수주를 따내고도 축포를 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방산업계의 시선은 기획재정부로 향한다. 수은의 금융지원을 위한 자본금 투입을 기다리고 있다. 발판은 마련됐다. 수은의 법정 자본금을 25조원으로 늘리는 개정안이 지난 2월 국회 문턱을 넘었다. 기재부 역시 수은법 개정에 따른 자금 마련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증액 방식이다. 향후 5년에 걸쳐 연 2조원씩 단계적으로 수은의 자본금을 늘려가기로 한 만큼 폴란드의 수입 대금을 일시에 지원하기 어렵다는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한국 정부가 금융보증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어로 입장에선 답답한 상황이다. 수주 속도전에 정부의 금융지원이 따라오지 못하면서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현재 한화에어로는 폴란드에 이어 루마니아 정부가 추진하는 2조5000억원 규모의 자주포 도입 사업에 추가 수주를 노리고 있다. 내달 루마니아에서 열리는 흑해 방산 및 우주항공전시회(BSDA 2024)에서 계약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선 "정부가 속도를 내지 않으면 방산업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며 "향후 무기체계 수출 가능성을 대비해 관련 금융제도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WN 소미연 기자
pink2542@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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