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현 DS부문 사장 "삼성전자 반도체 제품은 준비돼 있다"

[CWN 소미연 기자] 삼성전자가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연간 매출 기준으로 지난해 40%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했다. 업황 부침에도 흔들리지 않는 '콘크리트 점유율'은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30년 연속 신화를 이끈 비결로 평가된다. D램은 낸드플래시와 함께 메모리 반도체의 양대 축을 이룬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향후 승부처로 불리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차세대 제품인 HBM4 개발에 삼성전자가 팔을 걷어붙인 이유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5년 시제품 출시, 2026년 양산을 HBM4 개발 로드맵으로 구축하고 속도전에 돌입했다.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내 연구개발(R&D) 조직인 설비기술연구소와 반도체연구소의 지원 기능을 일원화해 효율성을 높였고, 사장 직속 어드밴스드패키징(AVP)사업팀을 이끌고 있는 린준청 부사장을 '하이브리드 본딩' 개발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구리와 산화막을 이용한 접합 방식으로, 기존 솔더 활용 방식보다 칩 사이의 간격을 줄여 속도·성능을 극대화하는 차세대 패키징 기술이다. 린 부사장은 파운드리 1위 기업 TSMC 출신 패키징 전문가다.
삼성전자의 계획대로 HBM4의 양산이 2026년 시작되면 HBM 시장 판도가 달라진다. SK하이닉스가 공표한 HBM4 개발 시점은 2025년 말 또는 2026년 초다. 차세대 제품을 먼저 내놓은 삼성전자가 시장을 선점하고 빼앗긴 주도권을 다시 되찾을 수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 업계 최초로 고성능 컴퓨팅(HPC)용 HBM2를 상용화하며 HBM 시대를 열었으나, 현재 최신 제품으로 평가되는 HBM3와 상용화를 앞둔 HBM3E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밀렸다. 50%의 점유율로 SK하이닉스가 시장 1위를 차지한다는 게 시장조사업체의 공통된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HBM4 개발에 앞서 올 상반기 내 HBM3E의 양산 준비를 완료할 계획이다. 내달 HBM3E 양산을 시작하는 SK하이닉스에 시장 우위를 내줬지만 장기전을 대비하고 있다.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가 HBM3E 탑재부터 공급망 다변화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기회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개화에 따른 수요 폭주도 기대요소다.
경계현 DS부문 사장은 지난 15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정말 신나는 일"이라며 "삼성전자 반도체 제품은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HBM 사업에 대한 자신감이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메모리다. HBM(1세대)-HBM2(2세대)-HBM2E(3세대)-HBM3(4세대)-HBM3E(5세대)-HBM4(6세대) 순으로 개발되고 있다. 전체 D램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지만 AI 반도체 성능을 좌우할 핵심 부품이다.
업계에선 향후 D램 시장에서 매출 지형을 바꿀 변수로 꼽기도 한다. 시장조사업체 욜 그룹에 따르면 글로벌 HBM 시장은 오는 2028년 240억달러(약 32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9%에서 올해 18%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CWN 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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