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호 경영권 승계 작업엔 '숨고르기'

[CWN 정수희 기자] 최근 유통 4개사의 인사가 마무리됐다. 일찌감치 '쇄신' 바람이 인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 롯데그룹에 비해 이례적인 2월 인사로 관심을 모은 CJ그룹도 마침내 방향을 잡은 것. CJ는 변화보다 '안정'에 더 무게를 실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임원 인사를 소규모로 단행했다.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를 교체하고 임원 19명을 승진시켰다. 어려운 경영 상황에 최소폭의 임원 승진을 단행했다는 게 CJ 측 설명이다.
당초 CJ는 '실적 있는 곳에 승진 있다'는 방침 아래 대규모 인사이동이 있을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앞서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것처럼 '사상 초유의 위기'를 돌파하기 하고자 검증된 베테랑을 재배치하는 등 안정에 보다 초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가 4년 만에 다시 CJ제일제당 대표로 내정된 것이 이번 인사의 방향성을 대변하는 포인트였다. 강 대표는 지난 2021년 정기 인사에서 CJ대한통운 대표로 부임한 뒤 지난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그랬던 그가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던 CJ제일제당의 구원투수가 될지 주목된다.
CJ대한통운 신임 대표 자리는 신영수 한국사업부문 대표가 승진해 맡게 됐다. 그는 신규 브랜드 '오네(O-NE)'를 론칭하는 등 택배·이커머스 부문에서 미래형 사업모델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밖에 임원 승진자는 지난 2020년 이후 가장 적은 19명이다. 외부 인사 영입도 없는 걸로 알려졌다.
반면 신세계·현대·롯데는 대거 물갈이를 단행했다.
신세계는 지난해 9월 백화점과 이마트를 비롯해 대표 40%를 교체했다. 지난 2년여간 계열사 대표 교체가 없던 현대도 홈쇼핑, 백화점 등 주요 3사 대표를 새로 선임했다. 롯데는 지난해 12월 계열사 세대교체를 가속화해 60대 대표 8명을 퇴진시키는 동시에 14명을 교체했다.
한편 유통가의 세대교체 속에 이재현 CJ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 4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도 줄곧 승진 대상으로 지목됐다. 최근 유통기업들이 유독 3·4세들을 경영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데다 이 실장의 승계 작업도 수년에 걸쳐 진행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를 이번 인사 명단에서 찾아볼 수는 없었다. 업계에선 어려운 대내외 상황을 고려한 이 회장이 장고 끝에 템포를 늦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CWN 정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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