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침체 우려와 암호화폐 시장 약세, 전력 비용 인상 등이 겹쳐지면서 암호화폐 채굴 산업의 수익성이 감소했다. 그런데 해외 테크 매체 레스트 오브 월드는 최근 들어 레바논 암호화폐 채굴 기업이 베이루트 남동부 지역인 추프(Chouf)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추프 지역이 암호화폐 채굴 기업의 눈에 들어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레바논에서는 전기를 사용하려면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거나 장시간 정전 상태에서 지내야만 한다. 과거, 국영 전력 공급사인 EDL(Électricité du Liban)이 파산한 뒤 레바논의 전력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한 탓이다. 이 때문에 비싼 민간 디젤 발전기 구독 서비스를 가입해야만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그렇지 않다면, 하루 중 20시간 이상은 전기가 전혀 공급되지 않는 곳에서 생활해야 한다.
그러나 추프 지역은 예외이다. 레바논 남부의 리타니강 당국(LRA)은 추프 지역에서 관개, 식수 공급, 라티나강 주변의 지역 경제 개발의 일환으로 사실상 버려진 것과 다름이 없는 수준의 오래된 댐을 이용해 수력 발전소 3곳을 운영한다. 따라서 전력이 부족한 레바논에서 상대적으로 전력을 얻기 쉬워, 현지 암호화폐 채굴 기업이 추프 지역에 자연스럽게 몰리게 되었다.
레바논에서는 2020년 초에 채굴 산업이 처음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 레바논 현지 그리드는 1일 평균 18시간 동안 전력을 공급할 수 있었다. 정부가 연료 지원을 보조한 덕분에 대다수 채굴 기업이 그리드에 연결하고는 발전기 구독만으로는 확보하기 부족한 전력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레바논 정부의 지원으로 전력을 확보하며, 채굴 장비를 가동하던 상황은 얼마 이어지지 못했다. 레바논의 모든 주민에게 전기를 공급하려면, 약 3,000MW 상당의 전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현재 EDL의 전기 생산량은 단 1/10수준인 300MW이다. 결국, 레바논 전역의 가정에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중 평균 1~2시간뿐이다. 실제로 24시간 내내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들도 부지기수이다.
대규모 정전 사태와 정부 차원의 연료 지원 중단 여파로 레바논 내 암호화폐 채굴 사업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다수 채굴 사업자가 손실을 감수하고 하드웨어 장비를 매각했다. 또, 연료 비용이 인상한 탓에 암호화폐 채굴 시설 자체의 가치도 떨어졌다.
그러나 암호화폐 채굴 사업에 큰돈을 투자한 이들은 시설과 장비를 매각하는 대신 투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모색했다. 결국, LRA의 수력 발전소 세 곳과 발전소의 저렴한 전력 사용료에 눈독을 들이면서 추프 지역을 새로운 채굴 사업장 운영 지역으로 점 찍게 되었다.
LRA 자체 조사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추프 마을의 전력 소모량은 20% 급증했다. 덩달아 마을의 대규모 정전 피해도 급격히 증가했다. 이에, 추프 지역 관계자는 마을의 정전 사태가 증가한 것을 두고 암호화폐 채굴 시설을 비난했다.
암호화폐 채굴 기업은 레바논의 노후화된 인프라에서 수익성을 위해 매우 좁은 틈새를 계속 찾아 나선다. 간혹 이미 붕괴된 시스템에서 부족한 자원을 추출하여 지역 주민과 직접 경쟁을 펼치기도 한다. 레바논의 사회경제적 부패 수준이 심한 탓에 정부 기관의 개입 없이 지역 주민이 직접 암호화폐 채굴 기업과 전력 확보 문제를 두고 끝없이 다툼을 이어간다.
많은 주민이 정전 사태로 불편함을 겪는 등 전력 공급 문제가 심각한 레바논에서 암호화폐 채굴 사업을 계속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추프 지역에서 암호화폐 채굴 장비 7대를 가동 중인 암호화폐 채굴 사업자 라와드 엘 하즈(Rawad el Hajj)는 “암호화폐 채굴을 중단하지 않는 이유는 레바논에는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라며, 암호화폐 채굴은 돈을 벌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암호화폐 채굴과 같이 전력 소모량이 큰 장비를 사용하는 것에 회의적인 사고를 지녔던 이들도 암호화폐 채굴 사업의 성공 사례를 접한 뒤 생각이 바뀌게 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CWN(CHANGE WITH NEWS).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