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은 비트코인 채굴 금지 규정을 내세우며 세계에서 매우 엄격한 암호화폐 규제를 시행하는 것과 달리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 유통에 적극적으로 앞장섰다. 중국은 2014년부터 정부 주도로 ‘디지털 위안’이라고도 알려진 CBDC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일부 도시에서 시범 사용을 추진했다. QR 코드 스캔과 현지 인기 소셜 앱 위챗 기반 결제를 지원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디지털 위안화 보급을 독려했다.
더 나아가 이번 2022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현지인은 물론이고, 해외 선수단까지 모두가 디지털 위안화를 활용하도록 보급하고자 하는 야망을 내비쳤다. 그렇다면, 올림픽이 한창 진행되는 현재, 중국 현지의 디지털 위안화 사용 현황은 어떨까?
먼저 로이터 통신은 중국 인민은행의 공식 발표를 인용, 올림픽 기간 1일 디지털 위안화 사용 금액이 총 2만 위안(약 31만 5,761달러) 수준을 기록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중국 인민은행 디지털 화폐 연구소 국장 무창춘(Mu Changchun)은 올림픽 기간의 위안화 사용 현황과 관련, “외국인은 하드웨어 지갑을, 내국인은 CBDC 소프트웨어 지갑을 사용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해외 뉴스 웹사이트 모닝브루는 베이징 올림픽 기간의 디지털 위안화 사용 실적이 중국 당국의 초기 기대에 못 미친다고 보도했다. 올림픽 전부터 디지털 위안화에 대한 경고가 이어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미국 공화당 상원 의원은 디지털 위안은 중국 정부가 사용자의 지출 내역을 감시하면서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자국 선수단의 디지털 위안화 사용을 경고했다.
전직 미국 상품거래소(CFTC) 최고 혁신 관리자인 대니얼 고핀(Daniel Gorfine)은 이미 중국의 CBDC의 프라이버시 및 감시 문제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 모두 디지털 위안화 거래 서비스 사용자의 개인 결제 정보를 다량으로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신미국보안센터(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 수석 펠로 야야 파누시(Yaya Fanusie)는 디지털 위안화로 많은 이들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선호하는 이유를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중국 정부는 익명성을 떠나 모든 거래 활동을 추적할 수 있다”라며, CBDC의 프라이버시 문제를 언급했다.
그러나 『현금 없는 사회: 중국 디지털 화폐 혁명(Cashless: China’s Digital Currency Revolution)』의 저자 리처드 투린(Richard Turrin)은 디지털 위안화의 보안을 심각한 수준으로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를 전했다.
중국에 거주 중인 투린은 개인 기기에 다운로드한 디지털 위안화 앱을 보여주며, “거래 1건당 금액이 2,000위안(약 300달러) 미만이면, 익명성이 보장된다”라고 설명하며, 해외 선수단이 디지털 위안화 사용 시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어느 정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린은 실제 디지털 위안화의 문제는 보안이 아닌 사용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지에서 CBDC 결제 서비스를 사용하려 했으나 일상에서 쉽게 방문할 수 있는 커피숍에서는 CBDC 결제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 맥도날드는 디지털 위안화를 결제 수단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상하이 내 매장 단 270곳만 디지털 위안화를 채택하여 실제 사용에 제약이 있다.
중국 전문 컨설팅 기업 트리비움 차이나(Trivium China)의 애널리스트 조 메이저(Joe Mazur)도 투린이 언급한 부분에 동의하며, “디지털 위안화를 중국 전역에 널리 보급하려면 갈 길이 멀다. 하물며, 국제 사회에서의 디지털 위안화 채택이 순식간에 이루어지겠는가?”라고 말했다.
중국 내 디지털 위안화 사용이 저조한 이유는 중국 온라인 거래 시장 점유율 94%를 차지한 텐센트의 위챗페이와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로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지목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대다수 고객이 실제 결제 수단으로 위챗페이나 알리페이를 사용하며, 많은 소비자가 디지털 위안 사용을 위해 기존 모바일 결제 수단 사용을 중단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메이저는 “지금까지 중국 소비자가 CBDC를 사용하고자 위챗페이나 알리페이 등 인기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사용을 중단할 것이라는 징조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모두가 디지털 위안화 사용 현황과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홍콩 영문 온라인 매체 아시아타임스는 매체는 기술 사용이 만연해진 시대에서 나고 자란 밀레니얼 세대의 경제 활동이 증가하면서 미래의 화폐도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았다.
특히, 매체는 기술이 인간의 생활과 업무, 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추세에 주목하여 화폐 사용도 디지털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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