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인간과 소소한 대화를 통해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는 일상, 로봇이 공사장이나 재난 현장에서 위험한 일을 대신하는 사회, 집안일 같은 반복 노동은 로봇에게 맡기는 세상, 로봇이 인간 대신 우주를 개척하는 세계, 머지않아 우리가 마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다.
지난 2020년, 유럽연합은 ‘100가지 미래 급진적 혁신기술’ 리포트를 발표하며 그 중 휴머노이드를 꼽았다. 보고서는 현재 휴머노이드의 경우 가격이 높고 시스템이 복잡해 로봇 응용 프로그램에서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번 기사에서는 휴머노이드의 발달 과정과 미래를 소개하고자 한다.
휴머노이드는 외적인 모습 뿐만 아니라 기능 또한 인간을 닮도록 설계한 로봇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연구는 로봇 설계에 있어 인간 체형을 모방한다. 그동안 인간이 해 온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휴머노이드는 인간을 최대한 모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계에서 휴머노이드의 민첩성 기능을 향상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최근 몇 년간 사람의 팔·다리와 유사하게 만드는 기술 및 전자피부 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개발에 있어 핵심적인 기술은 무엇일까? 바로 인공지능(AI) 기술이다. 외형뿐만 아니라 행동 측면에서 인간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간처럼 인지하고,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폰 노이만 컴퓨팅 방식은 대형 수퍼 컴퓨터 구현에는 가능할지 몰라도 소형 휴머노이드에 탑재되어 인공지능 시스템을 구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폰 노이만 컴퓨팅 방식은 연산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와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로 구성되어 있는데, CPU와 메모리 간 데이터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과정에서 시스템이 제한 받는 현상(병목현상)이 발생한다. 많은 양의 메모리 반도체를 탑재하면서 발생하는 전력 문제도 있다.
미래형 휴머노이드의 뇌- 뉴로모픽 컴퓨팅
이에 사람 뇌의 정보 처리방식을 모방한 반도체를 개발해 앞선 한계를 뛰어넘는 ‘뉴로모픽 컴퓨팅 방식’이 새롭게 연구되고 있다. 실리콘에 트랜지스터를 포함한 몇 가지 전자 소자와 메모리 등을 탑재한 여러개의 ‘코어(Core)’로 구성된 뉴로모픽 반도체를 개발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코어 내 일부 소자는 뇌의 신경세포인 뉴런의 역할을 담당하고 메모리칩은 뉴런과 뉴런 사이를 이어주는 시냅스 기능을 담당하는데, 이를 사람의 뇌처럼 병렬로 구성하면 훨씬 적은 전력으로도 더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또한 사람 뇌처럼 학습하고 연산할 수 있어 복잡한 계산이나 추론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으며 뉴런과 시냅스가 병렬 구조로 이뤄져 병목현상을 걱정할 필요 또한 없다.

뉴로모픽 컴퓨팅 연구는 2000년대 중반부터 유럽과 미국 등에서 원천기술 확보를 목적으로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여러 글로벌 IT 기업이 뉴로모픽 구현을 위한 반도체와 시스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텔은 뉴로모픽 반도체 개발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인텔은 지난해 자체 개발 뉴로모픽 반도체인 ‘로이히(LOIHI)’를 선보인데 이어, 올해 3월에는 이를 기반으로 구현된 최신 뉴로모픽 컴퓨팅 시스템 ‘포호이키 스프링스(Pohoiki Springs)’를 공개했다. 포호이키 스프링스는 앞선 로이히 칩 768 개를 합쳐 작은 포유류의 뇌 수준인 약 1억개의 뉴런을 갖췄다.

물론, 휴머노이드가 일상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상용화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의 과학기술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 많기 때문이다. 현재의 휴머노이드는 배터리 문제로 구동할 수 있는 시간과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한정적이며, 인공지능 수준도 아직 아쉬운 부분이 많다.
외형 역시 전자피부 개발을 진행하고 있지만 사람보다는 기계에 가깝다. 또, 데이터 저장/처리방식도 자체 저장된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상의 변수에 대처할 만큼 충분한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같은 연구가 계속 진전되면 인공지능 시스템이 명실상부한 휴머노이드의 뇌가 되는 날도 더욱 가까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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