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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 소미연 기자 |
미담의 주인공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회장은 쪽방촌의 극빈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에 20년 넘게 남몰해 후원을 이어왔다. 신 회장은 대회 도중 허리 부상을 당한 2026년 동계올림픽 메달 유망주의 치료비 전액을 지원해 재기를 도왔다. 공교롭게도 두 소식은 회사 홍보팀이 아닌 외부 채널을 통해 전해졌다. 요셉의원 설립자 고(故) 선우경식 원장의 전기를 담은 책 '의사 선우경식'이, 그리고 대한스키협회에서 스피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회장의 후원은 2003년 6월 서울 영등포 소재 요셉의원을 방문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삼성전자 경영기획실에서 경영 수업을 받던 이 회장은 13회 호암상 사회봉사상을 수상한 선우 원장의 선행에 감명을 받고 요셉의원을 직접 찾았다. 뿐만 아니다. 선우 원장을 따라 요셉의원 근처 쪽방촌 가정까지 둘러봤다. 책은 쪽방촌의 열악한 환경을 처음 본 이 회장의 눈물을 참는 모습, '충격으로 머릿속이 하얗다'고 털어놓은 속내가 묘사돼 있다.
이 회장은 미리 준비해 온 봉투를 건넸다. 봉투 안에는 1000만원이 들어있었다. 그 다음달부터 이 회장은 기부금을 매달 보냈다. 이 같은 일화는 이 회장의 당부로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결국 책이 출간된 20년 만에 대중에 소개됐다.
신 회장의 후원은 남다른 스키 사랑이 영향을 미쳤다. 롯데는 2014년부터 대한스키협회 회장사를 맡고 있다. 지금까지 10년간 설상 종목에 후원한 금액만 22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도 2018년까지 직접 협회장을 역임하며 국내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힘썼다. 2022년엔 '롯데 스키&스노보드팀'을 창단하고 청소년 기대주 4명을 영입해 지원을 강화했다. 학창 시절 선수로 뛰었던 신 회장이 설상 종목의 저변 확대, 선수 육성으로 못다한 꿈을 이룬 셈이다. 그러니 최가온 선수의 부상 소식에 선뜻 나설 수밖에.
최 선수는 지난해 1월 미국의 익스트림 스포츠 대회 엑스(X)게임에서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데 이어 12월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우승해 한국 선수로는 역대 두 번째 스키 종목 월드컵 챔피언이 됐다. 하지만 올해 1월 스위스 월드컵 대회 도중 허리를 다치며 제동이 걸렸다. 수술과 치료비도 문제였다. 사정을 전해들은 신 회장은 치료비 전액인 7000만원을 지원했다. 어린 선수의 꿈과 도전이 좌절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두 총수가 보여준 선행은 며칠 내내 화제가 됐다. 아울러 쪽방촌으로 대변되는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게 했고, 최 선수의 설원 복귀를 응원하며 비인기 스포츠 종목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만큼 사회 고위층 인사들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그래서 꼭 남몰래가 아니어도 좋겠다. 그저 단비 같은 소식이 자주 들렸으면.
CWN 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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