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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 소미연 기자 |
[CWN 소미연 기자]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한지 지난 6일로 100일이 넘었다. 그간 효성은 3세대 독립경영 체계를 구축하는 데 힘썼다. ㈜효성을 인적분할해 신설 지주사 HS효성을 출범시켰고, 장남 조현준 회장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의 지분 정리를 통한 계열 분리에 시동을 걸었다. 두 형제는 각각 ㈜효성, HS효성을 이끌며 '뉴 효성' 시대를 열 계획이다. 다만 변수는 있다.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의 행보를 종잡을 수 없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형제의 난'으로 가족과 의절했다. 2014년 조현준 회장과 주요 임원진의 횡령·배임 의혹을 주장하며 고소·고발한 사람이 바로 그다. 이에 조현준 회장도 2017년 강요미수 혐의로 맞고소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이 본인 소유의 비상장 주식을 고가로 매수하지 않으면 위법 행위가 담긴 자료를 검찰에 넘기겠다고 협박을 했다는 것이다. 재판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조현준 회장은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고, 조현문 전 부사장은 오는 15일 공판을 앞뒀다.
법적 분쟁을 이어오며 형제간 갈등의 골은 깊어진 상태다. 이는 조석래 명예회장의 빈소에서도 여과없이 드러났다. 유족 명단에 오르지 못한 조현문 전 부사장은 조문 5분 만에 자리에서 일어섰고, 이후 진행된 장례 과정에서도 제외됐다. 당시의 서운한 마음은 지난 5일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토로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빈소에 갔을 때 모친을 뵙지 못했다"며 "5분 만에 나온 것은 '나가라'는 얘기가 있어 본의 아니게 나와야 했다"고 말했다.
주목해야 할 발언은 이후부터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할 이야기는 많지만, 제가 모두 품겠다"며 "갈등을 종결하고 화해하고 싶다"고 손을 내밀었다. 그간 형제들과 가족이 겪은 어려움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시했다. 기자회견은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자리로, 선친의 유훈을 받들겠다는 게 조현문 전 부사장의 설명이다. 앞서 조석래 명예회장은 '천륜'을 언급하며 "어떤 일이 있더라도 형제간 우애를 반드시 지켜달라"는 내용의 유언장을 남겼다.
하지만 형제간 갈등이 당장 봉합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아직까진 서로의 불신이 크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선친의 유언장과 관련 입수 경로, 형식, 내용 등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고, 다른 두 형제는 조현문 전 부사장의 화해 제안에 대한 진정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화해의 전제 조건이 문제였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유언장에 대한 의구심 해소, 공익재단 출연을 위한 공동상속인의 동의, 비상장사 보유 지분 정리 협조를 요청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공익재단 '단빛재단'을 설립해 상속재산 전액을 사회에 환원할 방침이다. 그는 "국가와 사회에 쓰임 받는 선례를 만들고자 한다"며 형제들의 동의를 구했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협조할 경우 상속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로써 선친이 상속 조건으로 내세운 '상속·증여세 선납'을 해결할 수 있다. 여기에 재단 재원까지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묘수다.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효성으로부터 100% 자유를 원한다는 게 조현문 전 부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제가 더는 효성그룹의 특수관계인으로 묶이지 않고 삼형제가 독립경영하는 것 역시 선친의 유훈이라고 생각한다"며 "저의 계열 분리를 위해 필수 지분 정리에 형제들과 효성이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상 두 형제에게 자신이 보유한 비상장사 지분 매입을 촉구한 셈이다. 공정거래법상 친족 계열 분리를 하려면 보유 지분을 상장사 3% 미만, 비상장사 10% 미만으로 낮춰야 하는데 비상장사 지분 거래는 쉽지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조현문 전 부사장은 동륭실업(80%), 효성토요타(20%), 효성티앤에스(14.13%), 신동진(10%),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10%), 더클래스효성(3.48%) 등 효성그룹 비상장사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계열 분리 요구가 '경영권 분쟁'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회사를 떼 달라는 게 아니라, 지분이 많은 사람에게 몰아주는 형태로 지분을 나눠 가지면 계열 분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두 형제의 협조를 기대하면서도 8월까지 답변이 없을 경우 유류분 청구 소송 등 법적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상속인 사망 후 6개월 이내 상속세를 신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효성가의 신고 기한은 9월 30일까지다. 납부해야 할 상속세 규모는 총 4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1000억원가량이 조현문 전 부사장의 몫으로 알려졌다. 상속세 부담이 큰 조현문 전 부사장으로선 두 형제에게 독촉할 수밖에 없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은 그룹을 통해 간접적으로 입장을 전했다. 배포된 입장문에는 지금이라도 선친의 유훈을 받들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대해 '다행스럽다'는 점, 가족들은 말로만이 아닌 진정성을 갖고 가족 간에 평화와 화합을 이룰 수 있는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담았다. 두 형제로선 조현문 전 부사장이 내민 화해의 손길을 뿌리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선친의 유언이 형제간 화해였고, 조현문 전 부사장이 상속받게 될 상장사 지분은 사회 환원으로 경영권에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두 달이다. 이 기간 동안 삼형제의 실질적인 대화로 화해를 이룬다면 효성가 역사에 또 다른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란 기대가 실린다. 그것이야말로 고 조석래 명예회장을 고이 보내드리는 일이 아닐까.
CWN 소미연 기자
pink2542@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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