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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 소미연 기자 |
해석의 여지가 있지만 주채권은행의 재무구조평가가 건전성 악화나 경영난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신용 위기 발생 전에 위험을 사전 관리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유도한다는 게 주채무계열 제도의 목적이다. 재무구조평가 결과에서 부채비율 구간별 기준점수 미만일 경우 약정을 체결해 자구계획 이행 상황을 정기 점검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에 나선다. 즉, 재무 관리의 필요성은 있지만 당장의 위기를 의미하진 않는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는 커질 만하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년 대비 주채무계열의 총차입금은 31조9000억원(5.2%), 은행권 신용공여액은 16조3000억원(5.1%) 증가했다. 이 중 상위 5대 계열의 총차입금과 신용공여액은 전체에서 각각 57.6%(369조6000억원), 48.4%(164조1000억원)를 차지했다. 총차입금 기준으로 올해 주채무계열 명단에 오른 대기업 그룹은 △에스케이(SK) △현대자동차 △삼성 △롯데 △엘지(LG) △한화 △포스코 순이다.
수치상으로 보면 국내 재계 서열 상위권을 차지하는 대기업도 빚더미에 앉은 셈이다.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등에 따른 사업 부진, 고금리 여파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각 그룹에서 비상경영에 돌입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여기에 오너 리스크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경영 환경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먹거리 발굴 및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집중 투자해야 할 시기에 법정 공방으로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 관련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소송 상고심을 결정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모친과 여동생들이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각 그룹에선 또 다른 의미의 비상이다. 총수들은 저마다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내부 구성원들은 답답한 표정이다. 지금 빚보다 더 무서운 것은 총수 공백일지도 모른다.
CWN 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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