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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 소미연 기자 |
[CWN 소미연 기자] 우리나라는 산유국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정부와 한국석유공사가 오는 12월부터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석유와 가스 매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시추 탐사에 나선다. 유망구조 7곳 가운데 최소 5곳 이상 시추공을 뚫어 의미 있는 수치를 확인한다는 게 정부의 각오다. 앞서 물리탐사를 통해 확인된 추정 매장량은 최대 140억배럴(천연가스 3/4, 석유 1/4)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 최대 29년, 석유 최대 4년 이상 쓸 수 있는 양이다. 우리의 희망을 담은 이번 프로젝트명은 '대왕고래'다.
가장 먼저 시추 탐사에 나설 유망구조는 8광구와 6-1광구 북부에 걸친 대왕고래 해역이다. 정부는 대량 매장 가능성이 높은 이곳을 프로젝트명과 같은 이름을 붙였다. 다른 유망구조는 오징어, 명태 등의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매장량이 확인되면 2035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2027년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기대감은 크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브리핑을 통해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고 직접 밝혔고, 브리핑에 배석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매장 가치를 "삼성전자 시가총액 5배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예산 편성을 위한 국회의 협조다. 시추공을 뚫는데 개당 1000억원 안팎의 비용이 필요하다. 정부는 석유공사 출자와 정부 융자로 재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선 국회와 기획재정부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프로젝트의 현실성과 경제성에 대한 집중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야당은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국회 다수석을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은 프로젝트를 분석한 미국 심해 기술평가 전문기업 '액트지오' 선정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며 삼성전자의 시총 5배라는 매장 가치 평가에 대한 근거 자료를 요구하고 나섰다.
액트지오의 미국 본사 주소지는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가정집이다. 여기에 2019년부터 영업세 체납으로 법인 자격이 박탈됐다가 2023년 3월 세금 완납으로 자격을 회복한 전력이 있다. 전문성 논란이 가시질 않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데이터 분석 기업의 전문성은 규모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 직원들은 전 세계 흩어져 업무를 보고 있다는 점, 미납세액은 회사 측 착오에 의한 것으로 총 1650달러(약 227만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시점상 석유공사에서 지급한 용역대금으로 액트지오가 체납을 해결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관련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 기밀사항이라는 게 그 이유다.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이 깜깜이로 진행된다는 야당의 날선 비판은 대통령 지지율 회복을 위한 국면전환용이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졌다. 첫 삽을 뜨기도 전부터 정치 공방으로 프로젝트 추진 동력이 떨어지는 모양새다. 그래서 주무부처의 역할이 중요하다. 산자부가 지금보다 더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야당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의혹 해명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막연한 장밋빛 미래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할 주체는 정부 뿐이다.
석유공사가 밝힌 시추 성공률은 20%다. 계획대로 시추공 5개를 뚫으면 한 번은 매장량을 발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정도면 성공 확률이 높은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금세기 최대 심해 유전인 가이아나 유전도 사전 예상 시추 성공률이 16%였다. 때문에 시추를 통한 매장 여부를 확인할 필요는 분명해 보인다. 실패에 대한 우려로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자원 개발을 포기한 것과 같다. 다만 성공률 산출 근거는 불명확하다. "이제 시작"을 외친 산자부의 구호가 끝까지 국민 기대에 부응할 수 있길 바란다.
CWN 소미연 기자
pink2542@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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