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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 소미연 기자 |
[CWN 소미연 기자]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선수는 펜싱 간판 오상욱이었다. 그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우승하며 우리 선수단의 금빛 사냥 신호탄을 쐈다. 다음날 임시현, 남수현, 전훈영으로 구성된 여자 양궁 대표팀이 단체전에서 10연패 신화를 달성했다. 바통은 다시 남자 양궁 대표팀에게 넘겨졌다. 김우진, 이우석, 김제덕은 단체전에서 3연패 금자탑을 쌓았다. 우려와 달리 초반 메달 레이스에서 우리 선수들이 선전을 펼치고 있다.
연이은 금빛 낭보에 깜짝 소식도 전해졌다. 금메달을 획득한 세 경기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이 회장은 현지에서 주요 비즈니스 파트너, 글로벌 정관계 인사들과 연쇄 회동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오상욱의 결승전을 직관했다.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 회장은 양궁 경기가 열리는 현장에 어김없이 나타났다. 특히 정 회장은 올림픽 개막 전 파리에 도착해 선수들의 식사부터 전용 훈련장까지 직접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관중석에서 보여준 두 총수의 응원은 우리 국민의 관심을 대변하는 동시에 올림픽 흥행의 지지 기반이 됐다. 실제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장기간에 걸쳐 올림픽과 한국 양궁을 후원해 왔다.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양궁 역사에 한국이 새로운 기록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스포츠 공헌'에 대한 두 총수의 아낌없는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같은 결정은 브랜드 마케팅을 넘어 한국 대표 기업으로서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는 이 회장의 뜻이자, 한국 양궁 육성에 무한 책임감으로 40년 후원을 이어온 정 회장의 애정이다.
삼성전자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브랜드 경영' 방침에 따라 올림픽 후원을 시작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지역 후원사로 올림픽과 인연을 맺은 이후 1997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글로벌 후원사인 TOP 계약을 체결하고, 이듬해 열린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 무선통신 분야 공식 후원사로 활동해 왔다. 재계에선 이 회장이 선대의 뜻을 이어가며 국제 사회에서 한국 스포츠계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IOC 최상위 스폰서 TOP 15개사 중 유일한 한국 기업이 바로 삼성이다.
현대차의 양궁 육성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이 계기가 됐다. 당시 여자 개인전의 금빛 드라마를 지켜본 정몽구 명예회장이 이듬해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했다. 이어 정 회장이 2005년 협회장에 취임해 5회 연속 연임하며 자리를 지켰다.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부자(父自)가 40년 동안 양궁에 쏟아부은 액수는 500억원을 훌쩍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오직 실력으로만 대표 선수단을 선발하는 공정성 기반의 투명 경영을 강조하면서도 협회 운영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 독립성 보장으로 한국 양궁의 선진화와 저변 확대에 일조했다.
두 오너가의 관심과 지원이 오늘의 금빛 사냥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달은 구슬땀 흘린 선수들이 받아야 할 보상이고 선물이다. 여기에 선수들과 함께 길을 닦아온 기업도 박수받을 만하다. 총수에게 '승리 요정'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앞서 정 회장은 자신이 승리 요정으로 불리는데 대해 "선수들이 워낙 잘해서, 제가 묻어가고 있다. 제가 운이 좋은 것 같다"며 공(功)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여러모로 즐거운 소식이다.
CWN 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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