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회복기에 발목, 파운드리·HBM 추격 동력 상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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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노조 리스크에 직면했다.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를 샀다. 사진=뉴시스 |
[CWN 소미연 기자] 삼성전자가 안팎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HBM과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 고전하고 있는데다 노조가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에 더해 하반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웃지 못하는 이유다. 경쟁사 추격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노조 파업으로 발목이 잡혔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실제 노조는 사측과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8인치 웨이퍼(반도체 원판) 및 HBM 라인 가동 중단을 목표로 삼았다.
현재 파업을 벌이고 있는 노조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다. 삼성전자에는 총 5개의 노조가 있는데, 이 중 조합원을 가장 많이 확보한 단체가 바로 전삼노다. 지난 8일 조합원 수가 3만명을 돌파했다. 전체 직원 수(약 12만5000명)를 고려하면 1/4을 차지한다. 여기서 파업 참여 의사를 밝힌 인원은 6540명으로 알려졌다. 전삼노 집행부는 지난 10일 무기한 총파업 선언을 한 뒤 조합원들에게 지침 전까지 출근 금지를 공지했다. 생산 차질로 사측이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게 집행부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라인 대부분이 정상 가동돼 현재까지 생산 차질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문제는 앞으로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대체 인력의 피로도가 높아지며 생산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생산이 밀리면 납기일을 지키기 어려워지고, 불안정한 공정은 품질을 떨어뜨려 수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고객사 신뢰도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향후 글로벌 고객사 확보 및 물량 유치전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비용 부담도 늘어난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24시간 쉴 틈 없이 공장이 돌아가는데, 만약 운영을 멈췄다가 재개될 경우 공정에 투입됐던 웨이퍼와 특수 약품 등은 오염 가능성으로 폐기해야 한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9년 12월 화성사업장에서 1분 남짓한 정전으로 수십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보다 앞선 2018년 3월 평택사업장에서 28분간 정전으로 500억원 수준의 피해를 보기도 했다. 파업으로 생산 중단에 이를 경우 천문학적 손실이 우려된다. 때문에 TSMC와 인텔도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고 있다.
전 세계 파운드리 1위사인 TSMC는 1987년 창립 때부터 경영 원칙 중 하나로 '무노조'를 꼽았다. 창업자 모리스 창 회장은 노조 설립이 임금 인상이나 근무시간 조정과 같은 노사 협의 차원을 넘어 "장기적으로 회사와 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 자동차 산업 몰락이 노사 분규의 대표적 사례다. 이 같은 주장에 임직원들도 반발하지 않는다. 회사가 자국(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사회적 책임감이 크고, 근로 여건에도 대부분 만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TSMC는 세계 12곳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임직원은 8만명에 달한다.
미국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도 노조 설립에 부정적이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 3월 인텔에 195억달러 규모의 보조금과 대출 지원을 발표하면서 "근로자들의 권리를 존중하길 기대한다"며 사실상 노조 활동 보장을 압박했으나 이후에도 의미있는 변화는 없었다. 미국통신노동자협회(CWA) 클로드 커밍스 회장의 발언을 인용한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단체와 인텔의 초기 논의가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삼성전자의 노사 파업이 인텔의 무노조 경영 방침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로선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파운드리 경쟁사인 TSMC와 인텔이 무노조 경영을 통해 파업 변수를 해소하고 공정 안정화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직면한 과제가 산적해있다. 노사 협력은 물론 파운드리 분야에선 TSMC와의 격차를 따라 잡는 동시에 인텔과 거리를 벌려야 하고, HBM 분야에선 하루 빨리 엔비디아에 납품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 특히 TSMC는 내년도 설비투자에 50조원까지 확대해 2나노 수요 대비에 나섰고, 18A(1.8나노급) 공정 기술 도입을 앞둔 인텔은 '삼성을 잡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삼성전자의 발빠른 대응이 필요한 만큼 '생산 차질'을 무기로 회사를 압박하는 전삼노에 대한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전삼노는 △전 조합원 노동조합창립휴가 1일 보장 △전 조합원 평균 임금 인상률 3.5% 인상 △성과금 제도 개선 △파업 동참한 모든 조합원에 합당한 보상(무임금 파업 손실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노조와의 대화 재개 노력을 지속할 것이란 입장을 알렸다.
CWN 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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