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취업 지원과 인재 풀 확보 '일거양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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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중은행 본점 외경. 사진=각사 |
[CWN 배태호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플랫폼 대신 은행 앱에서 배달 음식을 주문한다. 개인 신분 확인에 필요한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은 서랍장에 고이 모셔져 있다. 이 역시 은행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손안의 은행이 진화하면서 은행권은 디지털 인재 모시기는 물론 육성에 한창이다. 디지털 전환이 미래 금융의 숙제인 만큼 금융권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마다 다양한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디지털 인재 육성에 여념이 없다.
대면 영업과 여신, 수신 등 레거시(legacy, 유산·유물) 금융이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하면서 새로운 정보와 서비스라는 부가 가치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무기로 빠르게 신규 고객을 늘려가는 카카오뱅크와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토스를 앞세운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실제 한 은행 관계자는 "100여년에 걸친 역사가 있는 만큼 당장 시중은행의 시장 지배력을 의심할 여지는 없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고객이 이동하는 흐름은 분명하다"며 "향후 10년 뒤에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은행권 역시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거는 형국이다. 특히 비대면 영업을 늘리고, 새로운 신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디지털 인재 영입은 물론 양성에도 팔을 걷어붙인 상황이다.
특히 기업이 자체 시설에서 보유하고 직접 유지하는 관리시스템(온프레미스 시스템)이 인터넷을 통해 연결할 수 있는 서버와 이런 서버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베이스인 '클라우드'로 전환이 예고되면서 관련 인재 육성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4차산업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인공지능(AI) 기술 역시 금융 데이터 분석, 머신러닝 알고리즘 개발, 자동화 시스템 구축 등 금융권 내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는 만큼 AI 개발자도 금융업계 필수 인재로 자리매김했다.
이 밖에도 온라인을 통한 서비스와 거래가 활발한 만큼 보안의 중요성도 부각되면서 고객 정보 보호 및 거래 안정성 확보 등을 위한 사이버 보안 전문가도 금융권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인재들이다.
이에 시중은행으로 대표되는 금융권에서는 다양한 청년 인재 육성 프로젝트를 통해 디지털 금융 시대를 위한 인재 풀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으로 KB국민은행의 청년 IT 인재 양성 프로그램 'KB IT's Your Life'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국민은행의 대표 사회공헌사업인 'KB Dream Wave 2030'의 진로 분야 프로그램이다. 지난 2022년부터 현재까지 체계적인 소프트웨어 교육으로 청년층 IT 역량 향상과 취업 경쟁력 제고를 지원하고 있다.
대학 졸업자 및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선발해 반년 간 JAVA 기반 알고리즘과 SQL(Structured Query Language), DB(DataBase) 활용, 팀프로젝트 등 디지털 인재로 성장하기 위한 전문 IT 교육을 진행한다.
해당 교육 과정 종료 뒤 우수 교육생에 대해서는 KB국민은행 신입행원 채용 시 우대 혜택도 제공한다.
하나은행 역시 디지털과 금융의 융·복합 시대를 이끌 청년 인재 육성을 위해 'K-디지털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참여해 '디지털 하나로(路)'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원하고 하나은행이 대한상공회의소 및 금융권 디지털 전문교육업체와 협력해 훈련과정을 설계 및 운영하는 '금융권 맞춤 디지털 실무인재 양성' 프로그램이다.
크게 금융서비스 개발과 데이터분석 및 서비스기획 과정으로 진행되는데, △HTML/CSS △자바스크립트 △SQL △JAVA △파이썬 데이터 처리 △머신러닝 데이터분석 △딥러닝 데이터 분석 등을 훈련한다.
마찬가지로 우수 훈련생에 한해서 하나은행 등 하나금융그룹 14개사(社) 채용우대를 제공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하나로(路)라는 명칭은 청년 취업 준비생이 금융권에 원하는 최적의 디지털 인재로 성장하는 길을 걷게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라며 하나금융 디지털 교육 역량의 정수를 집결해 만든 '디지털 하나로(路)' 프로그램을 통해 실무와 디지털 능력을 겸비한 양손잡이형 인재가 많이 탄생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자체 직원을 대상으로 한 단계별 데이터 교육을 시행 중이다.
디지털·IT기획, 비내면 채널 마케팅, 빅데이터, 인공지능, IT개발·관리 중 하나를 택해 들을 수 있다.
선택 직무와 단계별 연수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자율연수와 디지털 자격증 취득을 병행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한은행은 '데이터 분석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디지털 컴퍼니로서의 변환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경쟁력의 핵심을 데이터로 정하고, 데이터에 대한 이해, 활용, 심화 과정을 실습을 통해 교육받도록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청년 인재 육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데, 청년들에게 다양한 교육을 통해 폭넓은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한편, 은행 역시 좋은 인재를 사전에 발굴하려는 자구책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고용률이 2018년부터 2028년까지 21%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특히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고용률은 26% 증가하고, 시스템 개발자 고용도 10% 늘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역시 각 분야에서 다양한 ICT 기술이 활용되는 만큼 디지털 전환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 은행권에서 이와 관련한 인재 양성이 한층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CWN 배태호 기자
bth@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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