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총 이후 영풍 연계 계약 순차 종료, CI 변경·본사 이전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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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영풍그룹과 독립된 경영 체제를 갖춰가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
[CWN 소미연 기자] 영풍그룹의 비철금속 유통을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 서린상사가 오는 20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안건은 재무제표·사업계획 승인안과 함께 고려아연에서 요청한 사내이사 4인에 대한 추가 선임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안건 통과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임시 주총 소집을 청구한 고려아연(49.97%)이 서린상사의 최대주주다. 여기에 특수관계자 지분까지 포함하면 고려아연 측이 확보한 지분율은 66.67%로 과반 이상을 차지한다. 서린상사 경영권을 행사해 온 영풍 측 지분율은 33.3%다.
안건이 통과되면 서린상사의 이사진은 7명에서 11명으로 늘어난다. 고려아연과 영풍이 차지하는 이사진 비율은 기존 4대 3에서 8대 3으로 조정된다. 사실상 고려아연이 서린상사의 경영권을 완전히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고려아연 측은 서린상사의 경영 효율성,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결단으로 설명하고 있다. 서린상사의 지속적인 성장이 설립자의 뜻을 이어받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설립자는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의 부친 최창걸 명예회장이다.
최 명예회장은 고려아연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서린상사를 설립했다. 회사 내 해외영업부를 두는 대신 별도 법인을 세워 지원을 강화한 것이다. 1984년 설립 이래 지금까지 40년 동안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호주 자회사 썬메탈(SMC)에서 생산한 각종 비철금속의 수출·판매 등을 맡았다. 영풍에서 생산한 제품 수출도 담당했다. 경영권은 2014년부터 영풍에 일임해 왔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공동 경영, 동업 정신에 따른 배려였다. 이에 따라 서린상사는 창업 양가 우호의 상징으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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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변경된 고려아연의 CI. 사진=고려아연 |
영풍그룹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1949년 공동 설립했다. 1974년 고려아연이 창립되자 그룹 테두리 안에서 분리 경영을 해왔다. ㈜영풍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가문이, 고려아연은 최씨 가문이 경영을 맡은 것이다. 하지만 양가의 공동 경영은 75년 만에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3월 고려아연 정기 주총에서 벌어진 표대결이 사실상 결별 선언이 됐다. 주총 당시 핵심 안건이었던 정관 일부 변경안은 부결(영풍 승리)됐고, 현금 배당안은 가결(고려아연 승리)됐다.
재계는 주총을 계기로 양가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고려아연의 경영권 독립도 속도전에 돌입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신호탄이 바로 서린상사 경영권 회수다. 결국 서린상사 경영을 맡아온 영풍 창업주 3세 장세환 대표가 임시 주총을 앞두고 사임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 측은 새로운 상사 설립을 준비 중이다. 지분율, 정족수 모두 밀리면서 서린상사와 거래 종료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커진데 대한 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은 지난 3월 주총 이후 독립 경영에 대한 의지를 피력해왔다. 영풍과 함께 진행했던 원료 공동 구매 및 공동 영업을 종료했고, 오는 30일 만료되는 영풍 석포제련소 황산 취급 대행 계약도 연장 없이 종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업적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동시에 새로운 출발의 기반을 닦았다. 영풍과 공유한 CI(Corporate Identity·기업이미지통합)를 48년 만에 변경했다. 내달엔 서울 논현동 사옥을 떠나 종로에 위치한 그랑서울빌딩으로 본사를 이전한다.
CWN 소미연 기자
pink2542@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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