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집행 과정서 '트럼프 변수' 우려 여전…향후 상황 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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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파운드리 공장 건설에 370억달러를 투자하고, 미국 상무부로부터 47억4500만달러 규모의 투자 보조금을 받는다. 사진=삼성전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대 불확실성으로 꼽히던 미국 반도체 보조금 지원 문제를 해소했다. 미국 상무부와 현지시간으로 지난 19일(SK하이닉스), 20일(삼성전자) 각각 보조금 지급 및 대출 지원 규모를 확정하는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반도체 지원금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에 협상을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양사 모두 한시름 덜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한 반도체법은 중국의 반도체 기술개발 억제, 미국 내 투자 활성화를 목표로 공화·민주 양당 모두의 폭넓은 지지를 받으며 의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차기 정부에서 수정 또는 폐지 가능성이 거론된다. 전임 정부의 치적으로 평가되는 만큼 견제받을 수밖에 없는데다, 재집권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를 선호하고 있어서다. 보조금을 주는 대신 세금을 부과해 해외 기업들의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유도해야 한다는 게 트럼프 당선인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정권 교체로 최악의 경우 당초 예상된 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할 수 있다는데 우려가 컸다. 실제 각 기업들이 바이든 행정부와 맺은 예비거래각서(PMT)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PMT 서명 이후 부처 차원의 실사 완료를 거쳐 보조금 액수를 확정하는 프로세스다. 다행스러운 점은 바이든 행정부가 서둘러 후속 협상을 매듭 짓고 있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법에 따른 투자 보조금 47억4500만달러(약 6조9200억원)를 지원받는다. 지난 4월 체결했던 PMT 지급액(64억달러·약 9조3400억원)에 비해 보조금 지급 규모가 16억5500만달러(약 2조4100억원) 줄면서 26%가량 감소됐다. 삼성전자의 대미 투자 규모가 조정된 데 따른 것이다. 당초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총 440억달러(약 64조2000억원)를 현지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고환율 및 파운드리 수주 부진 등으로 최종 투자 규모를 370억달러(약 54조원)로 감축했다. 상무부 대변인은 "시장 환경과 기업의 투자 범위에 맞춰 보조금 액수를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투자 금액 대비 보조금 액수는 적지 않다. 삼성전자는 투자 대비 보조금 비율이 12.7%로, 파운드리 경쟁사인 TSMC(10.3%)와 인텔 (8.7%) 등 보다 높다. TSMC와 인텔은 각각 650억달러(약 94조8000억원), 900억달러(약 131조3000억원)를 투자하는 대가로 각각 66억달러(약 9조6300억원), 78억6500만달러(약 11조4800억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SK하이닉스는 4억5800만달러(약 6682억원)의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여기에 대출(5억달러·약 7294억원) 지원까지 합하면 총 9억5800만달러(약 1조4000억원)로 늘어난다. SK하이닉스는 38억7000만달러(약 5조6500억원)를 투자해 현지에 반도체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오는 2028년부터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인공지능(AI) 반도체 조립 라인을 가동할 계획이다.
변수는 있다. 여전히 '트럼프 리스크'가 문제다. 정권 교체로 전임 정부가 체결한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는 없겠지만 보조금 지급 과정에서 마찰을 빚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보조금은 트럼프 행정부 임기 중에 기업 투자 집행 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전망은 밝지 않다. 앞으로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 비벡 라마스와미는 지난달 SNS를 통해 "정권 인수 전에 보조금 지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감사관에 막판 계약을 면밀히 조사하도록 권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업들로선 향후 상황을 계속 주시할 수밖에 없다.
CWN 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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