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과 대출금리 인하 속도차...예대금리차 확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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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중은행 본점 외경. 사진-각사 |
[CWN 배태호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8개월 만에 내리면서, 은행마다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예금 이자를 낮추고 있다. 반면, 고객으로부터 받는 대출 이자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올리면서, 예대마진은 한층 커지는 모양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부터 우리은행은 '우리퍼스트 정기적금' 금리를 기존 연 2.20%에서 2.00%로 0.20%포인트(p) 인하했다.
또 NH농협은행도 거치식 예금금리는 0.25~0.40%p, 적립식 예금금리는 0.25~0.55%p, 청약예금과 재형저축도 각각 0.25%p 낮추기로 했다.
지난 11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p) 낮추면서 지방은행과 저축은행 중심으로 예금금리가 인하 랠리에 돌입한 상황에서 시중은행도 예·적금 이자 낮추기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이에 앞서 지난 18일 BNK부산은행은 만기 1년 '백세청춘 실버적금' 금리를 연 3.35%에서 3.0%로 0.35%p 낮추는 등 주요 상품에 대한 수신금리를 0.10~0.35%p 인하했다.
경남은행 역시 최근 예금과 적금금리를 0.25~0.75% 낮췄다. 가장 금리가 많이 떨어진 상품은 '마니마니자유적금'으로 만기 5년인 경우 기존 3.55% 금리를 제공했지만, 0.75%p를 낮춰 연 2.8%로 조정됐다.
저축은행도 이자 낮추기에 한창이다. 전체 300여개 상품 중 연 4.0% 이상 금리 상품(12개월 만기 기준)은 지난달 20개 넘게 판매됐지만, 이달 들어서는 딱 1개 상품으로 확 줄었다.
반대로 가계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에도 오히려 오르는 양상이다.
부산은행은 지난 21일부터 주담대 우대금리를 0.5%p 인하했다. 우대금리가 낮아지면 전반적인 이자는 오르게 된다.
경남은행은 같은 날 가산금리를 0.2%p 올렸다. 경남은행은 지난 8월과 9월에도 각각 0.2%p, 0.35%p 가산금리를 올린 바 있어 두 달 만에 0.75%p나 이자가 비싸졌다.
이에 따라 부산·경남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지난주 3% 후반이었던 하단이 부산은행 4.37%, 경남은행 4.17% 등 4%대로 올라섰다.
또 기업은행 역시 오는 25일부터 가계대출 상품 금리를 0.1~0.4%p 낮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은행은 금리감면권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전반적인 대출금리를 올린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도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한 지난 11일 연 3.71~6.11% 수준이었던 5대 은행 주기형 주담대 금리(5년 기준)는 일주일 뒤인 18일 연 3.72~6.13%로, 하단은 0.1%p, 상단은 0.2%p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에 영향을 주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3.305%(11일)에서 3.292%(18일)로 0.012%p 하락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영향에 은행채 5년물 금리가 소폭 낮아졌지만, 시장에 반영되기까지는 시차가 있다"며 "기준금리를 낮췄다고 바로 대출금리를 인하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변동 시 수신금리보다 여신금리가 반영되는 속도가 늦는 경향은 있다"면서도 "기준금리 인하로 둔화세를 보인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세를 보일 수 있다는 우려 탓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상황도 대출금리 인하 속도를 더디게 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은행이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더 큰 폭으로 낮추기는 어렵다"며 "예금금리 인하는 빠르게, 대출금리 이하는 천천히 이뤄지다 보니 당분간 예대금리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CWN 배태호 기자
bth@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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