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사업 재편…100兆 국내 투자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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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국내외 구성원들에게 보낸 올해 신년사 디지털 영상. 사진=LG 영상 캡처 |
[CWN 소미연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매해 북미로 출장을 다녀왔다. 취임 이듬해인 2019년 첫 해외 출장으로 실리콘밸리를 택한 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는 2022년 오하이오, 2023년 보스턴과 캐나다 토론토, 그리고 올해 테네시와 실리콘밸리를 다시 찾았다. 현지 사업 현황은 물론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한 대응력, 미래 먹거리 발굴·육성 전략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특히 올해 출장에선 AI(인공지능)에 방점을 찍었다. 글로벌 빅테크들의 격전지인 실리콘밸리에서 LG테크놀로지벤처스, LG전자 북미이노베이션센터를 찾은 데 이어 AI 스타트업 텐스토렌트(AI 반도체 설계업체)와 피규어 AI(AI 휴머노이드 로봇 업체)를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LG 측은 "AI가 향후 모든 산업에 혁신을 촉발하며, 사업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구 회장의 평소 생각이 반영된 행보"라고 설명했다.
실제 AI는 구 회장이 신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ABC(AI·인공지능/Bio·바이오/Cleantech·클린테크) 사업의 한 축으로, 2020년 12월 출범한 'LG AI연구원'이 그룹 AI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아 초거대 AI 엑사원 개발 및 관련 계열사와 협업을 통한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LG에서 계열사가 아닌 그룹이 연구소를 설립한 사례는 AI연구원이 처음이다. 그만큼 구 회장의 관심과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구 회장의 선구안이 또 한 번 통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현재 전 산업계의 최대 화두가 바로 AI다.
AI에 앞서 구 회장의 선구안을 증명한 사업은 전장이다. 구 회장은 그룹의 상징성을 가졌던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는 대신 전장 사업을 계열사 맏형격인 LG전자의 미래 사업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이후 인포테인먼트(LG전자), 파워트레인(LG마그나), 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카메라·통신 모듈(LG이노텍),배터리(LG에너지솔루션) 등 전장 부품부터 배터리까지 전기차 풀 라인업을 구축했다. '차체 빼고 다 만든다'는 업계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엔 전기차 충전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성과는 숫자로 나타났다. LG전자의 전장 부품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가 출범 10년 만인 2023년 연간 매출 10조원을 돌파하며 성장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전성기는 이제부터다. LG전자는 VS사업본부(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자회사 ZKW(차량용 조명 시스템),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전기차 파워트레인)을 삼각편대로 사업 확장에 나선다. 그간 실적 부진으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전장 사업이 날개를 달 수 있었던 것은 구 회장의 뚝심 경영 효과라는데 이견이 없다.
구 회장의 경영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핵심은 '실용'과 '혁신'이다. 비주류 사업 정리, 성장 사업 육성을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름길로 삼고 사업 구조 재편에 힘써왔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포함해 조명용 유기발광다이오드(LG디스플레이), 전자결제(LG유플러스), 편광판(LG화학), 태양광 패널(LG전자) 등 사업 10여개를 철수했다. 그간의 부진을 씻고 신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하기 위한 구 회장의 결단이었다.
LG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100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투자액 50%를 ABC를 비롯한 미래 성장 분야에 배정했다. 집행 기간은 2028년까지 5년간이다. 구 회장은 "LG의 존재 기반이자 사업의 시작점은 고객과 사회"라며 "모든 경영 활동이 미래 고객의 삶에 기여하는 방향인지, 사회와 환경에 보탬이 될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살피고 옳은 방향을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고객에게 더욱 사랑받는 2024년'을 만드는 게 구 회장이 구성원들에게 제시한 올해 목표다.
구 회장은 오는 29일 취임 6주년을 맞는다. 이날도 여느 때처럼 조용한 하루를 보낼 계획이다. 예정된 기념 행사나 별도의 메시지 발표는 없다. 생전 과한 의전을 피하고 소탈하게 살아온 구본무 선대회장의 가르침대로다. 실제 그룹 안팎에서도 구 회장은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소탈함으로 실용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는 평가다. 본인을 직급(회장)이 아닌 직책(대표)으로 불러달라거나, 사업장 점검을 위한 현장 방문에서 경호 인력을 최소화한 것은 자신보다 직원들의 성과로 주목을 받아야 한다는 겸손의 리더십으로 풀이됐다.
CWN 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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