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속까지 전기모터 만으로 파워풀 주행…"전기차 꼭 닮았네"
반자율주행·멀티미디어 수준급…예민한 페달류 '옥의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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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노 그랑 콜레오스 1.5 하이브리드는 엔진과 두 개의 모터를 조합해 245마력의 강력한 파워를 자랑한다. 부산=강병현 기자 |
[CWN=부산 윤여찬 기자] "디디딩 디딩~" 사다리꼴 모양의 시동 버튼을 누르니 르노 '그랑 콜레오스' 하이브리드가 잠에서 깨어난다. 아무 소리 없이 오로지 웰컴 사운드만 낭랑하게 울려 퍼진다. 악셀 페달에 발을 얹으면 스르륵 움직이기 시작하다가 발목에 살짝 힘을 줬더니 경쾌하게 튀어 나간다. 여기까지는 그냥 전기차다. 도심을 빠져나오면서도 엔진은 깨어나지 않는다.
가속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악셀 페달이 소프트해 더 그렇게 느껴지기도 한다. 답력이 약하긴 브레이크 페달도 마찬가지다. 스티어링휠과 페달류 모두 부드럽게 세팅됐다. 힘있는 남성 뿐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운전하도록 배려했다. 럭셔리한 외관 디자인부터 탑승후 30여 분간 높은 상품성에 거듭 놀라며 본격 시승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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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노 그랑 콜레오스 하이브리드 시승 코스는 부산을 출발해 거제 곳곳을 주행하면서 이뤄졌다. 무광 그레이 컬러는 유광에 비해 차체 볼륨이 더욱 돋보인다. 거제=강병현 기자 |
하체는 또 어떻게 이렇게 달콤하게 세팅했을까. 스프링과 쇽업소버 말고 고급 침대의 라텍스를 바퀴에 휘감아 놓은 듯하다. 국산 하이브리드와 비교할 게 아니라 일본 하이브리드 SUV와 경쟁해야 할 것 같다. 엔진과 모터 두 개를 조합한 것 역시 일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설계와 유사하다. 아무래도 도요타와 닛산의 하이브리드 기술이 중국 지리차나 프랑스 르노에 이전됐기 때문일 거다. 그랑 콜레오스는 지리차의 막강 자본력 지원 속에 르노와 볼보가 힘을 합쳐 탄생했다.
속도를 높이니 미끌어지듯 풍성한 가속감을 쏟아낸다. 주행모드를 컴포트에서 스포츠로 바꿨더니 "오우 깜짝이야" 전기차와 더 비슷해졌다. 좌우 롤링이나 앞뒤 피칭도 꽤 괜찮게 억제했다. 볼보가 자랑하는 CMA 플랫폼을 적용한 덕분일 터. 노면 상태에 따라 단단함과 부드러움의 경계를 넘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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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노 그랑 콜레오스의 최상위 트림인 알핀 에스프리는 음각 그릴 전체에 블루 포인트를 줬고 여기에 디자인 패키지를 추가 선택하면 '빨흰파' 화살표를 비롯해 운전석 페달류에 금속 커버가 더해진다. 그레이와 코퍼가 시그니처 컬러다. 거제=강병현 기자 |
이날 시승 코스는 르노코리아 부산공장를 출발해 거제의 카페 오송웨이브와 리조트 벨버디아에 이르는 170km 거리에서 이뤄졌다. 르노코리아가 준비한 시승차 20여 대는 모두 하이브리드였고 트림은 두 가지다. 가장 높은 트림 에스프리 알핀과 중간 트림 아이코닉이다.
그릴에 블루 컬러 포인트가 고르게 장식된 게 알핀이고 거기다 프랑스 국기를 상징하는 '빨흰파' 화살표 세 개까지 추가된 게 디자인 패키지 모델이다. 디자인 패키지에는 페달 금속 커버와 트렁크 지지대가 포함된다. 물론 파워트레인 성능은 모두 동일하고 한국형 티맵으로 경유지와 목적지를 사전에 찍어뒀다. 굳이 스마트폰을 무선 연결할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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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노 그랑 콜레오스는 12.3인치 3개의 디스플레이가 알찬 정보를 보여준다. 25인치에 이르는 초대형 헤드업디스플레이는 놀랄 정도의 선명도와 색감을 자랑한다. 부산=강병현 기자 |
출발부터 쏟아졌던 빗방울은 앞 창 윈드쉴드나 옆 창을 심하게 때렸지만 빗소리는 거의 신경 쓰이지 않았다. 1열 창까지는 꽤 두꺼운 이중접합유리가 적용돼 밖의 무더위나 소음에서 단절된 실내 분위기다. 시원스런 운전 시야에다 무려 25인치 짜리 헤드업디스플레이는 소위 '대박' 수준이다. 이럴 땐 잔잔한 클래식이 필요하다. "아리야! 음악 틀어줘~" 외치지 않을 수 없다. 음성인식률이 가장 높다는 '누구' 프로그램과 SK텔레콤의 음악 스트리밍 '플로'가 한데 묶인 멀티미디어 패키지다. 볼보의 것 그대로라고 보면 된다.
보스 오디오의 10개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는 섬세한 선율이 꽤나 입체적이다. 이어 "아리야, 통풍시트 틀어줘" 음성 명령을 하자마자 엉덩이로 시원한 찬바람을 불어낸다. 소음도 거의 내지 않았고 수입차의 빨아들이는 방식 보다 더 시원하다. "아리야 덥다"고 하면 에어컨 온도를 낮춰줬고 "창문 열어줘"라는 명령에는 "다음번에 제공할게요"라고 답했다.
시승이 유독 즐거웠던 이유는 부산과 거제도를 오가는 환상의 코스 덕분이었다. 도심을 지나 해저터널과 거제대교를 넘나들며 도로의 고저차도 뚜렷했다. 스티어링휠 좌측에 있는 크루즈컨트롤 버튼을 누르니 한 방에 속도를 제어하며 알아서 주행했다. 크루즈컨트롤을 켜고 셋(SET) 버튼을 누르는 게 아니라 볼보와 동일한 원터치 방식이다. 또한 달리고 있는 속도로 세팅하는 게 아니라 현재 주행중인 도로의 제한속도로 맞춰준다. 이런 방식도 나쁘지 않았다.
내친 김에 운전대에서 손도 떼 봤다. 15초간 차로의 중앙을 지키면서 스스로 달린다. 자율주행 레벨2 수준의 기술이다. 15초 이후엔 클러스터에 붉은 경고음을 띄운다. 저 경고음을 어떻게 지울까 생각하다 손가락 3개로 운전대 표면을 살살 문질러 봤다. 허사다. 꺼지질 않는다. 토크식이 아니라 정전식 스티어링휠이라고는 하지만 가볍게 문지르는 것만으로는 경고 메세지가 사라지지 않는다. 너무 많은 걸 바랐던 거다. 사실 수 억원대 프리미엄 차량들도 완전한 정전식은 아니다. 여러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보니 혹시나 하면서 기대한 거다. 아주 살짝이라도 힘이 들어가듯 운전대를 잡아야 인식된다. 그렇다고 다른 일부 차들처럼 운전대를 잡고 있는데도 잡으라고 붉은 메세지나 경고음을 띄운 적은 한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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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노 그랑 콜레오스 하이브리드는 해저터널과 거가대교를 넘어 천혜의 자연과 어우러지는 정숙한 주행감성이 압권이었다. 거제=강병현 기자 |
이번엔 와인딩 코스다. 천혜의 거제 바다와 숲이 번갈아 펼쳐진다. 오르막 내리막이 계속되는 구간에서는 그랑 콜레오스도 어쩔 수 없었다. 다섯 차례 연속으로 급코너가 이어진 구간에서는 휘청임을 바로 잡으려는 자세 제어 노력에 애쓰는 모습이다. 스티어링휠과 페달류가 소프트한 편이어서 급작스런 방향 전환에는 다소 약하다.
"헛~" 언덕배기를 치고 오르기 위해 악셀을 깊게 밟자 엔진음이 확실히 인지되기 시작했다. 평지에서는 사실상 엔진이 언제 개입했는지 거의 모를 정도로 두 개의 파워트레인이 부드럽게 동력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게다가 방음방진제가 워낙 넉넉히 적용돼 차체 저 아래 깊은 곳에서 1.5 가솔린 터보 엔진음이 들릴 뿐이다.
이 엔진은 144마력을 내고 구동모터는 136마력의 출력을 지녔다. 합하면 280마력이지만 동시에 쓰는 에너지 총합은 245마력이다. 파워의 여유를 둔 셈이다. 일명 P1 작은 모터는 구동에 관여하지 않는다. 엔진이나 바퀴가 쓸데없이 돌아가는 내리막 길 등에서 전기를 만들어 배터리로 다시 집어넣는 역할을 한다. 발전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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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노 그랑 콜레오스는 1.5 가솔린 터보 엔진과 두 개의 전기모터를 더해 경쟁모델 대비 10마력 높은 245마력을 낸다. 중저속까지는 전기모터가 대부분 구간의 구동을 담당한다. 거제=강병현 기자 |
구동을 맡는 P2 모터는 직병렬식으로 효율적이면서도 똑똑하게 알아서 힘을 낸다고 보면 된다. 클러스터를 통해 에너지 흐름도를 볼 수 있는데 어느 때 전기모터가 힘을 내고 언제 엔진과 모터가 동시에 힘을 내는지 그 루틴을 알 수 없다. 밟아도 보고 급제동도 해보지만 허사다. 그냥 그랑 콜레오스에게 맡기면 된다. 실연비는 공인연비 15km/l 보다 살짝 높은 15.5km/l가 찍혔다. 일반적인 평지에서 주행했다면 20km/l는 자신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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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노 그랑 콜레오스는 프랑스풍 럭셔리한 디자인에 강력한 전기 모터 주행으로 마치 전기차와 같은 주행감성을 자랑한다. 기어변속기는 팁트로닉 방식이며 좌우로 툭툭 치면 에너지 회생제동 레벨을 조절할 수 있다. 거제=강병현 기자 |
패들시프트는 없고 에너지 회생제동 시스템은 있다. rpm을 바짝 올려 변속의 재미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는 무너졌다. 3단 멀티모드 오토 변속기가 결합됐는데 이를 두고 르노코리아의 개발진은 "경쟁 차의 5~6단 변속기어 같은 효과를 내는 신개념 기어"라고 했다. 실제로 '3'단이라는 숫자에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어 보인다. 변속 순간의 이질감 없이 마치 CVT 무단변속기 같다.
좌석을 바꿔 이번엔 2열 좌석과 동승석으로 번갈아 자리를 옮겼다. 그랑 콜레오스는 전장 4780mm에 휠베이스는 2820mm로 동급 최대 길이를 제공한다. 전장은 쏘렌토 보다 35mm 짧지만 휠베이스는 오히려 길어 쏘렌토나 싼타페와 거의 동등한 수준의 공간감을 보인다. 또 6대4 분할 가능 뒷좌석 시트는 2단계 리클라이닝이 가능해 장거리에서도 편했다. 운전석에서도 그랬지만 시트의 쿠션감이 꽤 훌륭했다. 부분별로 인조 나파가죽과 알칸타라 등을 조합한 덕분인지 허리가 좋지 못한 기자에게도 큰 무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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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그랑 콜레오스는 천연가죽을 넘어서는 품질의 인조 나파가죽과 스웨이드 등을 조합해 시트를 꾸몄다. 장시간 운전에도 허리가 좋지 못한 기자도 불편함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거제=강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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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승석에선 그랑 콜레오스만이 가진 세번째 디스플레이가 신기할 따름이다. 제일 많이 쓰이는 건 역시 네이버 웨일 브라우저다. PC에서 익스플로러나 크롬을 쓰듯 그랑 콜레오스는 웨일 프로그램을 이용해 유튜브나 각종 OTT 메뉴를 즐길 수 있다. 5G 데이터가 5년간 무료라 더욱 반갑다. SK텔레콤과 협약해 월 20G까지 빠르게 사용이 가능하고 한달에 20G를 넘어서면 느린 속도로 무한 제공이다.
블루투스로 연결해 헤드폰을 끼니 이런 신세계가 없다. 신세대 딸이 운전하는 아빠에게 제발 옛날 노래 좀 끄라고 소리칠 일이 없다. 패밀리 SUV로서 VIP 자리가 2열에서 1열 동승석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단점도 몇 가지 존재한다. 페달류가 워낙 소프트 해서 적응에 몇 일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브레이크 페달은 발을 얹는 순간 제동이 시작된다. 고속에서는 모르겠지만 저속에서는 '쿡' 하는 느낌을 몇 차례 반복해 느꼈다. 또 썬루프는 옵션으로도 선택할 수 없다. 있어도 거의 써본 적 없는 썬루프지만 없다니 또 아쉬워할 소비자들도 있을 수 있다.
CWN 윤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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