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 “변화”·포스코이앤씨 “안정”·신세계건설 “쇄신”
교체 이유는 제각각…업계 관계자 “‘4월 위기’ 돌파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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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서영재 DL이앤씨 대표이사 내정자,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신임 사장, 허병훈 신세계건설 신임 대표이사. 사진=각 사 |
[CWN 최한결 기자] 부동산 시장 침체가 길어지며 실적 악화에 직면한 주요 건설사 수장들이 속속 교체되고 있다. 1분기가 아닌 2분기가 돼서야 이같은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업계 위기감이 크게 반영된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렇듯 과감한 인적 쇄신 카드를 꺼낸 건설사들마다 서로 다른 과제에 직면한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지난달 31일 마창민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 18명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그는 이번 인사로 3년 4개월여 만에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지난달 21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임 안건의 의결된 뒤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아 사표를 제출했다. 수년째 반복된 실적 하락과 신사업 성과 부진에 책임을 진 것으로 알려졌다.
DL이앤씨는 2021년 DL이앤씨 출범 이후 영업이익은 2021년 9572억원, 2022년 4969억원, 지난해 3306억원으로 지속 하락했다. 마 전 대표로서는 책임을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특히 잇따른 중대재해 사고가 이번 사임의 결정적인 배경으로 추측된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지난 2022년 1월 시행된 후 DL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는 지난해 8월까지 8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로 인해 마 전 대표는 재임 기간 이해욱 DL이앤씨 회장과 함께 국회에 연이어 소환되기도 했다.
이후 DL이앤씨는 서영재 전 LG전자 전무를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이번에도 마 전 대표와 같은 ‘외부인사’라 논란이 예상된다. 이르면 다음달 진행되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서 대표 선임 안건이 논의될 방침이다.
DL이앤씨 측은 CWN에 “건설업계의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음에 따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해 이같은 결정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포스코이앤씨도 포스코그룹 사장단 인사에 따라 포스코홀딩스 경영전략팀장과 대표를 지낸 전중선 사장으로 교체됐다. 전 사장은 경영전략과 관리에 능한 ‘재무통’이다. 이에 전 사장이 최근 건설업계 전반에 퍼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교체 사유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01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35%나 줄어든 모습을 보였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영업이익률 또한 2021년 5.4%, 2022년 3.3%, 2023년 2.0% 등으로 하락해 외형성장 대비 내실을 채우지 못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전 대표가 새롭게 내정되면서 포스코이앤씨의 재무건전성과 프로젝트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 및 지방 미분양 리스크로 고전 중인 신세계건설도 수장이 교체됐다. 32년 건설업 경력을 자랑하는 정두영 사장을 전격 경질하고 허병훈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전격 발탁한 것이다.
신세계건설은 그간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분양 실적 부진 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어왔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만 1878억원에 달하면서 모기업인 이마트의 사상 첫 연간 영업손실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번 인사는 지난달 초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승진 이후 단행한 첫 쇄신 인사인 데다 정기 인사가 아닌 ‘원포인트 인사’라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특히 신세계 측이 낸 관련 보도자료에서 경질이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한 점은 인적 쇄신과 실적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건설은 추가적인 재무 조치를 통해 부채비율을 약 400%대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어 재무통인 허 신임 대표의 활약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건설은 수장 교체의 이유를 묻는 CWN의 질의에 “시장의 변화에 따라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특히 허 신임 대표는 재무통 출신인 만큼 유동성 확보를 위한 적임자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신세계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의 때아닌 대표직 교체 움직임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도 심상치 않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건설시장의 변화에 따라 기업에서도 그에 맞는 전문 경영인으로 교체하는 추세다. 과거 시장이 좋을 때는 건설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현재는 재무 전문가들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게 주목할 점”이라고 평가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DL이앤씨의 새 수장이 LG전자 출신이라는 점을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이사회 절반 이상이 LG전자 출신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들어 ‘4월 위기설’이 돌고 있는 만큼 업계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로 인해 높은 전문성과 업무 이해력을 갖춘 경영진들로 그 부분을 타계하려는 방안인 듯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GS건설 관계자는 “업황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새로 교체된) 대표이사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CWN 최한결 기자
hanbest0615@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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