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S 비율도 14.2%p 하락...자본건전성 위기
보장성 상품 판매 전략 추진했지만 효과는 아직
"IBNR 기준 변경에 따른 일회성 비용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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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부터 김재식 대표, 황문규 대표. 사진 = 미래에셋생명 |
[CWN 권이민수 기자] 원년 창업 멤버가 물러나고 사실상 전문경영 1세대 체제를 구축한 미래에셋생명의 성적이 신통치 않다. 올해 초 김재식 부회장 단독 대표체제에서 '영업통' 황문규 신임 대표를 선임하며 투톱 체제를 갖췄지만, 상반기 실적은 꼬꾸라쳤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도 뚜렷한 개선흐름을 찾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전문경영과 투톱 체제 첫해 미래에셋생명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래에셋생명의 당기순이익은 586억5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1479억원)대비 60.3%나 감소한 수치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694억7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달성한 1933억원보다 64% 가량 감소했다.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은 1724억원이다. 전년 동기(1261억원) 대비 36.7% 성장했다.
CSM은 보험사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 수익성 지표로 사용되는 수치다. 보험사들은 CSM을 산출할 때 손해율 등 계리적 가정치를 낙관적으로 적용해 미래이익을 앞으로 끌어올 수 있다. 만성적자상품도 향후 갱신 보험료 인상분을 크게 잡아 보험부채가 감소하면서 실적이 개선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에 보험사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보험영업의 성장을 가늠할 수 있는 상반기 연납화보험료(APE)도 전년도 1206억원보다 116.9% 상승한 2615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해외 상업용 부동산의 저평가, 처분손익의 발생으로 인해 투자부문 손실이 뼈아팠다. 미래에셋생명은 2024년 1분기 290억원 투자손익을 기록한 데 반해 2분기에는 26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NH농협증권에 따르면 올해 미래에셋생명은 약 100억원 가량 투자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적에 발목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생명 2024년 2분기 자금여력비율(K-ICS)은 197.1%로 반년 전보다 하락했다. 미래에셋생명의 K-ICS는 지난해 말 기준 211.2%에서 상반기 말 14.2%p 하락한 수준이다. K-ICS 비율은 보험 가입자들이 일시에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이를 지급할 수 있는 보험사의 자금 여력을 뜻한다. K-ICS는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을 파악하는 가늠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히 부진한 상반기 실적은 최근 미래에셋생명이 투톱 체제로 전환한 뒤 첫 성적표라는 점에서 뼈 아픈 대목이다.
지난 2월 미래에셋생명은 기존 김재식 부회장 단독 대표체제에 황문규 GA영업부문대표를 추가하며 대표이사 투톱 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김재식 대표는 경영관리총괄을, 황문규 대표는 영업 전반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롭게 대표에 취임한 황 대표는 PCA생명 출신으로 GA영업만 담당해 온 '영업통'이다. 미래에셋생명에서는 GA영업부문대표를 지냈다. 이에 이번 투톱 체제는 미래에셋생명이 GA 보험 영업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1.2% 성장한 수준의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그런 만큼 올해 영업 전문성을 갖춘 황 대표를 선임해 CSM 확보에 유리한 보장성 상품 판매 전략을 중점 추진하며 실적 향상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반기 실적이 전년 보다 떨어지면서 뚜렷한 체질 개선은 이루지 못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높은 실적에 따른 역기저 효과와 함께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기준 변경에 따른 일회성 비용 영향이 컸다"고 밝혔다.
IBNR은 보험사가 지급할 의무가 있지만 아직 고객이 청구하지 않은 추정 보험금이다. 그동안 생명보험사는 IBNR을 지급사유일(보험금청구 시점)에 인식해왔는데 금융당국이 올 1분기 원인사고일(사고발생 시점)로 기준을 변경하면서 부채 인식 시점이 빨라졌다.
미래에셋생명 측은 "2027년까지 예정된 할인율 제도 강화 및 저금리 도래에 대비해 선제적 채권 매입으로 자본변동성을 축소하고 이자수익원을 확보할 계획"이라면서 "CSM이 높은 보장성상품 판매를 확대해 가용자본을 확보하고 자산부채관리(ALM)를 중심으로 자산을 운용해 안정적인 K-ICS 비율을 유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생명이 상반기 예실차를 개선하며 무난한 보험손익을 기록했지만, 투자 부문에서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손실이 발생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면서 "하반기에도 관련 부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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