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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빌리티팀 윤여찬 기자 |
[CWN 윤여찬 기자] 지난 1일 벤츠 EQE 세단과 6일 기아 EV6의 화재 사고는 범인이 없다. 거듭되는 전기차 화재의 핵심은 원인도 모르고 아직 책임질 자도 없다는 데 있다. 가만히 세워 놨는데 그냥 불이 나는 귀신 곡할 노릇 같은 일은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외부의 충격 없이 불이 난다는 건 전기차가 스스로 버티지 못한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오버 스펙'이라는 얘기다. 예를 들어 배터리를 80% 이하로 충전하라는 공식적인 안내는 애초부터 코메디였다. 완충이 됐으면 충전기를 빼고 일반 주차면으로 옮기라는 것도 우스꽝스럽다. 전기차를 타는 사람들이 극소수니 망정이지 절대 누구나 탈 수 있는 차가 아니다.
전기차 한 대가 아파트 다섯 개 동의 차량 140대를 날리는 걸 보고 소위 '멘붕'에 빠졌다. 쉽게 말해 그냥 폭탄을 지하에 두고 사는 셈이다. 주체하지 못할 정도의 전기차 스펙인 셈이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신차를 출시하면 항상 보도자료에 엄청난 스펙을 자랑하느라 바쁘다. 한번 충전에 400~500km를 달리고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제로백도 엔진차에 비하면 놀랄 만한 수치다. 대단하다고 자랑을 거듭하다 결국 배 터진 꼴이다.
이러다 차가 터져 버리니 자동차 메이커도 배터리사도 "나는 모르오"라며 꽁꽁 숨었다. 고작 "썬팅 하다 물이 앞유리와 대시보드 사이로 흘렀겠지"가 단골 멘트다. 지금까지 전기차는 신라면 마케팅과 똑같았다. 배탈이 나기 전까지 더 맵고 짠 라면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끌어당기는 데에만 혈안이다.
전기차 내외부에서 220볼트의 전기를 빼서 쓸 수 있는 V2L도 마찬가지다. 캠핑에는 편할지 몰라도 차량의 고전압을 다루는 통합충전제어장치(ICCU)가 V2L·대용량·저용량 배터리간 통합 제어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전기차 하부에서 퍽 소리와 함께 ICCU가 터져버리기 일쑤다. 주행중 멈춰버리는 위험천만한 상황은 리콜 이후에도 일어난다.
이 모든 게 오버 스펙에서 오는 부작용이라 할 수 있다. 적당한 크기의 배터리로 1회 완충시 200km 안밖을 달리는 겸손한 스펙이 현재 전기차 기술에선 가장 적당한 건 아닐까 싶다. 애초부터 삼원계 NCM 배터리처럼 밀도 높은 배터리는 지속적인 충격이 주어지는 자동차 용도로는 맞지 않는다는 전문가의 이야기까지 요즘 다시 머리에 맴돈다. 더 빠르고 더 멀리 달리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다 범인 없는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CWN 윤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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