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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팀 윤여찬 기자 |
[CWN 윤여찬 기자] 전기차가 안 팔리는 이유는 10가지가 넘는다. 애초부터 비싸게 책정된 소비자가격이 첫 번째 문제다. 두 번째는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급발진과 화재 우려 확산이다. 세 번째는 밤마다 아파트 충전기를 놓고 이웃끼리 얼굴을 붉히는 인프라 부족이다. 네 번째는 울컥이며 달리는 주행감이다. 다섯 번째는 정부의 보조금 늦장 정책이고 여섯 번째는 쏟아지는 새로운 모델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더 있지만 생략한다. 물론 장점도 있지만 요즘 전기차가 안 팔린다니 그 원인 해결이 더 중요해 보인다.
이런 와중에 또 '할인 대란'이 터졌다. 폭스바겐이 24일 자사 대표 전기차인 ID.4의 가격을 1386만원 할인을 기습적으로 단행했다. 서울 기준 전기차 보조금 605만원까지 받으면 3999만원에 실구매 가능하도록 세팅해 내놨다. 경기도는 3800만원 대이고 충남은 3600만원 대다.
앞에서 첫 번째로 꼽은 높은 가격 책정에 해당하는 후속 현상이다. 종잡을 수 없는 기습 할인이 보통 6개월에 한번씩 터지며 그나마 쌓여있던 물량을 밀어낸다. 테슬라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난 달까지 세 차례에 걸쳐 기습 할인을 단행했다. 현대차나 기아 뿐 아니라 BMW나 푸조 등의 높은 등급 기준으로 1000만원 이상 폭탄 할인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즉시 구입을 준비하던 소비자들에게 이런 희소식은 없다.
반면 이렇게 반복되는 현상을 바라보는 대다수는 "오늘이 제일 비싼 날"이라고 구입을 미룬다. 양치기 소년 비슷하다. 테슬라의 안내 문자에는 "할인 기다리다가 전기차 못 산다"고 버젓이 적어 놓고 다음 날 바로 기습 할인을 시작한다. 어지간히 급하지 않으면 전기차 구입은 이제 미루면 미룰 수록 저렴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많은 예비 구매자들은 올해도 10월이 전기차 구매 적기라고 말한다. 대부분 자동차 메이커들이 많은 재고차를 쥐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보조금 종료 직전까지 버티다 결국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진짜 폭탄 할인을 시작할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할인 기준도 기간도 따로 없다. 그냥 이번주 내로 화이트 컬러 1000대와 실버 컬러 2000대 땡처리가 필요하다면 "700에 600만원 더!"를 외치는 식이다.
여기엔 전기차 보조금의 정부 당국인 환경부도 한 몫 하고 있다. '거북이 행정'은 매년 욕을 먹으면서도 변하질 않는다. 10월 말이면 일찌감치 예산 종료를 준비하고 이듬해 2월에서야 보조금 기준과 금액을 확정 발표해 집행은 3월 중순까지 질질 끈다. 25일 현재도 2025년 보조금 정책 수립을 위한 전문가 위원회가 꾸려졌다는 소식이 없다. 전기차 판매업에 종사자들이 "1년에 절반만 일하는 열악한 업종"이라며 업계를 떠나는 이유다.
애초부터 현실적 가격 책정과 1년 내내 예측 가능한 보조금 정책이야말로 전기차 판매 부진을 털어낼 수 있는 핵심이 아닐까.
CWN 윤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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