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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태호 금융부장 |
이 사건은 최근 검찰 수사 결과 불기소 처분으로 막을 내리면서 종결되는 듯했다.
그런데도 이 사건은 여전히 여론 중심에 있다. 처리 과정에서 일반인 눈높이와 다른 모습과 정황이 벌어지면서, 국민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이 사건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로 회부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수심위는 사회적으로 주목 받거나, 국민적 의혹이 있는 사건을 검찰이 외부 전문가 심의를 통해 수사 계속 여부나 공소 제기 여부 등을 결정하는 기구다.
애초 사건 발생 당시 대통령실이 국민 앞에 철저하게 사실을 살피고 국민 눈높이에 맞게 대응했다면, 과연 2년이나 지난 지금도 논란이 이어졌을지 아쉬움이 남는다.
또 신뢰를 쌓기란 어렵지만, 잃기는 얼마나 쉬운지 이 사건을 통해 되새긴다.
최근 우리금융그룹이 전 회장의 대출과 관련한 사건으로 금융권 안팎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이번 부정대출 사태를 요약하면 우리은행은 지난 2020년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과 관계가 있는 11명의 차주에게 모두 456차례 대출이 이뤄진 과정에서 부당대출이 있었다는게 핵심이다. 원리금 대납이 있는 대출을 포함하면 금액은 총 616억원 규모다.
금감원은 물론 수사기관까지 살피는 사건이어서 예단은 어렵지만, 작게는 여신 심사 과정의 부실로 마무리될 수 있고, 크게는 전직 회장과 관련된 배임·횡령 사건으로 커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금감원은 이 사태와 관련해 손 전 회장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지주 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현행 체계에서 지주 및 은행의 내부통제가 정상 작동하지 않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고 심각하게 인식한다"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최근 임원회의에서 "우리금융이 보이는 행태를 볼 때 더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말한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더군다나 이 사태가 심상치 않은 이유는 우리금융이 보인 부적절한 사후 대응 탓이다.
금감원 검사에서 우리은행은 이 사고와 관련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자체 검사를 진행한 뒤 4월 자체 징계 조처를 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금융은 즉시 감독당국에 해당 사고에 대해 알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체징계가 이뤄지고 한 달 뒤인 5월에나 이 사실은 우리금융 내부에서 제보를 통해 금감원에 전달됐고, 이를 금감원이 확인해 최근 관련 사고 내용을 공개하면서 우리금융그룹의 전직 회장을 둘러싼 금융사고는 마침내 세상에 알려졌다.
이렇다 보니 우리금융은 손 전 회장과 관련한 금융사고에 대해 감독당국에 알리지 않고 '쉬쉬'하며 넘어가려 한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눈초리까지 받고 있다.
이에 지난 25일 금감원은 "이번 대규모 부정적 대출과 관련해 금융사고 자체뿐만 아니라 금융사고 미보고 등 사후 대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전반적인 내부통제 미작동을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해당 금융사의 부정적 대출 인지 경과, 대처 과정 및 관련 의혹 등에 추가 사실관계를 철저하게 파악해, 책임이 있는 임직원에는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최대한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이라고 강도 높게 지적하기까지 했다.
지난해 8월 우리금융그룹은 내부통제 강화를 최우선 경영으로 제시하고, 혁신 방안을 집중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내부통제 일상화를 기조로 전담 인력을 늘리고, 인사 독립권을 보장하는 한편, 내부 포상금제까지 실시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작년 3월 취임한 임종룡 회장이 "신뢰는 금융업이 성립하는 이유이자 본질인 만큼 신뢰받는 금융이 돼야 한다"며 "시장과 고객으로부터 신뢰받기 위해 탄탄한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갖추고 빈틈없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 데 따른 조치다.
특히 주목됐던 점은 내부통제와 관련해 내부에서 크로스체크(중복점검)를 일상화할 수 있도록 하는 방침도 마련한 점이다.
그런데 현 상황은 정작 임 회장 스스로 전직 회장과 관련한 금융사고 조치 과정에서 자신들이 내세운 원칙을 훼손하면서 논란이 커지는 형국이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은 검찰 수심위로 공이 넘어간 상태다. 검찰이 스스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로 꾸려진 심의위원회 힘을 빌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그 결과가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손 전 회장과 관련한 금융사고로 인해 우리금융 역시 신뢰를 잃었다.
반복된 금융사고로 인해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것은 물론, 보고 미조치로 금융감독당국 신뢰마저 잃었다.
신뢰는 쌓기는 어렵다. 하지만 잃기는 쉽다. 그리고 잃은 신뢰를 쌓는건 더더욱 어렵다.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임종룡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했다. 일반적으로 금융지주 회장은 3년 임기 뒤 연임을 통해 추가로 직을 이어갈 수 있다.
이제 임기 절반을 지냈을 뿐이다. 그럼에도 벌써부터 그의 연임을 둘러싼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잃어버린 신뢰를 어찌 되살릴지 그건 모두 오롯이 임종룡 회장 본인에게 달려있다.
CWN 배태호 기자
bth77@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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